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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해외에선 펄펄 나는 K팝 국내에서는 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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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앨범 판매량 올해도 하락세
    올해 K팝 음반 수출 2.7% 감소
    "K팝 제작 근본적 변화 필요"


    한국일보

    K팝의 핵심 수입원이 음반에서 콘서트로 바뀌면서 기획사들은 해외 투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7월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콘서트 장면으로 당시 이틀간 공연에 총 9만여 명이 운집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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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은 성장하고 있는가, 쇠퇴하고 있는가.

    K팝 대형 기획사들이 인기 그룹들의 월드 투어를 통해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는 사이,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한·미 합작 K팝 프로젝트, 국내 K팝 기획사들의 해외 현지화 그룹들의 폭발적 인기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K팝의 위기’라고 하기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팬데믹 이후 K팝의 세계화와 함께 국내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팝 산업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는 앨범 판매량이다. K팝 앨범 판매량은 2014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23년 1억 장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팬데믹 기간의 거품이 꺼지면서 10년 만에 처음 판매량이 줄었는데 올해도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우 음악 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는 “10월까지 누적 8,000만 장대 초반이어서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거나 그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음반 수출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하락세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음반 수출액은 2억4,38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줄었다. K팝의 가파른 글로벌 성장세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특히 K팝의 최대 소비 국가인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되는 양이 크게 줄었다. 국내 음반의 최대 수출 국가인 일본은 올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7,06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줄었고, 미국도 5.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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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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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음원 시장도 불황이다. 써클차트 디지털 차트의 최근 주간 순위(9~15일)를 보면 상위 10곡 중 국내 K팝 곡은 엔믹스의 ‘블루 밸런타인’,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화사의 ‘굿 굿바이’, 블랙핑크의 ‘뛰어’ 등 4곡에 불과하다.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등 걸그룹이 르네상스를 이루던 시기 K팝이 톱 10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차트 상위권에서 신곡의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김진우 저널리스트는 “음원 시장의 최신 흥행 흐름을 보여주는 신곡 이용량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 흥행이 둔화하고 있고 장기적 음원 시장의 소비 패턴에서도 신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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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음반 판매량 추이. 그래픽=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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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콘서트 매출은 크게 늘고 있지만 신인 그룹 제작 비용 증가 등으로 기획사 전체 실적도 적자다. 하이브는 올 3분기 공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었지만, 42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소돌의 기적’도 이젠 옛말이 됐다. K팝 산업의 매출이 대규모 마케팅과 해외 콘서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기획사들은 이전보다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비용은 늘고 있지만 최근 음반·음원 매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해외 콘서트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크지 않아 자본이 충분치 않은 회사는 앞으로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걸그룹 퍼플키스와 위클리, 에버글로우 등이 해체 또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히트시킨 하이키는 소속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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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하이키. G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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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K팝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변화에 둔감하고 내부 역동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제작 및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면서 중소기획사의 입지가 크게 줄고 산업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는데 아티스트들마저 해외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국내 K팝 팬덤의 규모도 정체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산업이 성숙하면서 시스템이 고착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예전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다면 기존의 공식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작은 부분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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