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편을 홀로 지킨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
48분간의 어둠과 고독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다
2026년 2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48분간의 어둠과 고독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다
2026년 2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비하인드 더 문’ 의 주인공 마이클 콜린스(정문성)이 달의 표면을 본뜬 울퉁불퉁한 중앙 무대 위에 앉아 독백을 이어가는 장면. 밤하늘을 비추는 조명과 LED 화면이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컴퍼니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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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을 밟았을 때, 달 뒷편의 어둠 속에서는 이들의 귀환을 위해 묵묵히 사령선을 지키던 마이클 콜린스가 있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바로 이 ‘역사상 가장 외로웠던 인간’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병상에 누워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콜린스가 아내 패트리샤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회상은 우주비행사 훈련 초기 동료들과의 첫 대면, 반복된 훈련 속에서 쌓여간 유대, 사고로 동료 에드를 잃었던 순간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의 가장 중대한 임무인 달 탐사로 도달한다.
인류가 달 착륙의 순간을 지켜보던 바로 그때, 콜린스는 달의 뒷면에서 48분 동안 지구와의 교신조차 끊긴 채 완전한 고립 속에서 사령선을 지켜야 했다. 작품은 달의 뒤편에서 그가 마주한 고독과, 그곳에서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가족의 사랑을 함께 포착한다.
무대 위에 선 마이클 콜린스(정문성). NASA 패치가 부착된 의상을 입고 우주비행사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컴퍼니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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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남지 않아도 괜찮다”는 극 중 콜린스의 노래처럼, 이야기는 결국 세간의 떠들썩한 관심이 아닌 가장 가까운 이들과의 사랑이 무엇을 지탱해주는지를 강조한다.
콜린스를 연기한 정문성 배우는 “1인극은 자칫 연기 차력쇼처럼 보일 수 있다”며 “관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감정이 ‘멋있음’보다 ‘위로’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콜린스뿐 아니라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훈련 중 사망한 동료 에드 등 여러 인물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가 각 캐릭터에 부여한 생동감 있는 디테일 덕분에 관객은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상대역이 없는 만큼, 그는 “무대의 상대는 관객뿐”이라며 관객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창작 과정은 길고도 집요했다. 김한솔 작가는 2019년 달 탐사 50주년 행사 기사에서 마이클 콜린스의 스피치를 접한 뒤 곧바로 강소연 작곡가에게 기사를 보내며 “이걸로 뮤지컬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김지호 연출과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작품은 2023년 충무아트센터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창작뮤지컬 어워드 NEXT’에서 최종 우승하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초고는 5인극이었지만 “현실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던 인물이 극 안에서도 흐려지는 느낌” 때문에 1인극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 창작진의 설명이다.
대신 멀티캐스팅을 통해 각기 다른 색의 ‘마이클’을 선보인다. 이번 초연에는 유준상·정문성·고훈정·고상호 네 배우가 참여한다.
훈련 시절의 젊은 마이클 콜린스를 연기하는 유준상 배우. [컴퍼니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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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답게 프로덕션 완성도 역시 높다. 특히 달의 표면을 닮아 울퉁불퉁한 중앙 무대, 별빛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조명, 무대 뒤편 LED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조용한 병실, 달의 뒷면, 아폴로 11호 내부, 생존 훈련을 위한 정글 등 다양한 장면이 실감 나게 구현됐다.
우주 탐험을 다루지만 작품의 결은 박진감 넘치는 SF와는 거리가 멀다. 멀리 떨어진 우주라는 타지를 경유해 가까운 이들과의 사랑을 담아낸다. 주목받지 못한 우주비행사가 무대 한가운데서 가장 밝은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남긴다.
고단했던 한 해, 비록 일상의 우리에게 시상식은 따로 없지만 가까운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조용히 마무리해볼 것을 작품은 권한다.
공연은 충무아트센터에서 2026년 2월 28일까지
달의 지형을 본뜬 울퉁불퉁한 중앙 무대 위에 선 배우 뒤로 지구가 펼쳐진 무대 위에서 유준상 배우가 넘버 ‘비하인드 더 문’을 부르고 있다. [컴퍼니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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