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만료 '전략적 환헤지' 비율 한시 상향 연장 요청
외환시장 큰손 국민연금 해외투자액 외환보유액 뛰어넘어
최대 단행시 520억달러 시장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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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민연금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전략적 환헤지 비율 10% 상향안을 내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말 만료되는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과 한도 확대 등도 추가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 안건이 담긴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를 거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논의, 확정할 계획이다. 전날 기재부는 국민연금·보건복지부·한국은행과 4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외환시장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달러 수요를 높여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기재부 요청으로 2022년 처음 운용지침상에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기존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최대 10%까지 상향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어놨지만, 아직 발동 사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국민연금은 2018년 이후 해외자산에 대해 100% 환노출 전략을 고수해왔다. 환율 변동을 적극적으로 헤지하지 않고 해외 자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환위험 관리는 기존 5% 한도의 '전술적' 외환익스포저 관리에만 사용되고 있다. 10% 한도의 전략적 환헤지까지 더해지면 총 15% 한도까지 환헤지가 가능하다.
전략적 환헤지는 원화값이 국민연금이 '미리 정해둔 기준'보다 '일정기간' 내려갔을때 보유한 해외자산을 미리 파는 방법이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을 1480원 전후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최대한도로 단행할 경우 외환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달러는 많게는 521억달러(77조원·8월 말 보유자산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일평균 원·달러 거래량이 300억~500억달러(NDF 포함)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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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이 이처럼 국민연금에 환율 안정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채권 등 해외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지난 8월 말 기준 771조3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288억2000만달러(약 632조원·9월 말 기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금융자산 중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8.34%로, 매년 해외투자 비중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공조 체제를 가동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보는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방어선은 1480원 선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에서 전장 대비 1.5원 오른 1477.1원에 마감하며 1480원 선에 바짝 다가갔다. 원화 가치는 지난 4월9일(1481.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매력을 감안한 원화 실질가치(실질실효환율)도 지난달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화 약세 심화는 글로벌 금리 기조 변화 등 외부 변수 외에 내국인들의 해외투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외환당국자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환헤지와 함께 올해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한은 간 650억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할 경우 환율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빌려주는 스와프 계약을 맺고 매년 갱신하고 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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