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년 4월 방중, 習 국빈방미 초청”
“이제 큰 그림에 시선…중국과 관계 강력”
習 “양국, 협력하면 이롭고 싸우면 다쳐”
미중관계 ‘대립→관리’ 이동 신호 분석
경제 넘어 군사안보 ‘빅딜’ 도모 가능성
美 중간선거 승리…中 경제 안정 ‘윈윈’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김해국제공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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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을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약속하면서, 글로벌 패권을 둔 양국의 각축전이 중대 전환점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대립 모드’였던 미중 관계가 점차 완화된 ‘상호 관리’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하며 동시에 시 주석에게 내년 답방을 초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로 결정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통화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주요 초점은 “중국과 논의해온 무역협상, 미중 관계가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맞춰졌다”고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민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이 보여준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그들도 같은 입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매우 생산적인 한국에서의 회담 이후 계속 소통을 유지하는 것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농민과 중국에 대한 만족을 거론한 것은 미국산 대두의 중국 수출 재개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선박 운항 일정에 따르면 화물선 두 척이 중국으로 수출될 미국산 대두를 선적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근의 곡물 터미널로 향했다. 또 다른 선박 한척은 미국산 수수 선적을 위해 텍사스 연안 곡물 터미널로 향했다. 로이터는 이번 선적이 지난 3월 중순 이후 미국산 사료용 곡물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올해 초 미국과 무역전쟁이 촉발된 이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여왔다. 특히 가을 수확기에 미국산 대두 주문을 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을 정조준해 미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으로 매년 미국산 대두의 25% 이상을 구매해왔는데 올해 가을에는 신규 주문을 전혀 하지 않고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대두 수입을 늘린 것이다.
미국 대두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지난 10월 말 양국 정상은 부산 회담을 통해 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고, 중국은 다시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연말까지 1200만톤의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의 상호방문에 대해 미중 관계의 ‘관리’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이라는 표현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부산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열린 약 100분간 정상회담을 한 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날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당시 양측의 펜타닐, 대두, 희토류, 반도체 등에 대한 합의가 이행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아래 보다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측면으로 미뤄 두 정상이 내년 4월 만남에서 양국의 경제·안보 관련 첨예한 갈등 요소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 주고받는 ‘빅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그의 방문 시기에 맞춰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기존에도 나왔다.
국제 안보 측면에서 통 큰 논의가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시 주석과 공유했다. 시 주석은 이에 “공평하고 항구적이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중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여가는 남미 국가들도 사실상 미중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한·미·일의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중국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만 문제를 양측이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는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두 정상이 지난달 부산에 이어 내년 중 중국과 미국에서 마주 앉게 되는 배경에는 양측의 극한 갈등이 지속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결코 이롭지 않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공화당의 재집권, 그리고 시 주석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일단 서로 손을 잡는 ‘전략적 협력’으로 읽을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 등 선출)를 앞두고 기업과 농가들의 지지, 국내 물가의 안정을 위해 중국에게 기대야 할 것이 많다. 시 주석 역시 실업률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수출 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최근 ‘G2’(미국과 중국)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중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의 ‘지역 패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한 SNS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압박 조치 등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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