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연금과 보험

    '아침 9시, 달러 오픈런 몰린다'…환율 방어전에 증권사 소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연금 이어 증권사 소집한 당국…서학개미 쏠림에 환율 방어 총력

    개장 주문 ‘쏠림 현상’ 분산 방안 거론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외환당국이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 환율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폭발하면서 증권사들의 달러 조달 방식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외시협) 소속 9개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모두 불러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데일리

    사진=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자 환시 ‘큰손’인 국민연금과 수출기업에 이어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까지 협조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

    통상 환율 급등기에는 거래량이 많은 시중은행이나 삼성전자, 국민연금 등 대형 참가자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들의 결제 수요가 지목되면서 당국의 타깃이 증권사로 확대됐다.

    실제로 서학개미의 매수세는 매우 가파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서학개미의 누적 순매수액은 292억1944만달러(약 43조11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 105억4500만달러의 2.8배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 당시 주식 열풍으로 208억달러를 사들였던 2021년 기록마저 가뿐히 넘어서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월간 기준으로도 기록적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에는 국내 개인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이 총 68억5499만달러(약 10조1100원)로 통계 작성(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1월에도 45억6445만달러(8조3200억원)의 순매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이번 회의에서 증권사들의 통합증거금 시스템과 관련된 환전 관행을 집중적으로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증거금 제도는 계좌 내 원화뿐만 아니라 달러, 엔화 등 보유 중인 모든 외화 자산과 결제 예정금까지 하나로 묶어 주문 가능 금액으로 인정해 주는 서비스다.

    이 제도의 핵심은 거래 건별 환전이 아닌 결제일 기준 상계(netting) 처리에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환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통합증거금 시스템하에서는 내부 상계를 통해 차액만 거래하는데, 증권사들은 매매 시점을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 개장 초반에 집중하고 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매수 주문이 장 초반 수급 쏠림을 유발하고 환율을 구조적으로 밀어 올린다고 보고 있다.

    회의에서 당국은 쏠림 현상 완화를 위해 시장평균환율(MAR) 활용 혹은 실시간 환전 확대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장 직후 등 특정 시간대가 아닌 하루 평균 가격으로 정산하거나, 주문 즉시 환전해 수요를 분산하라는 취지다.

    업계는 특정 시간대 변동성 확대라는 당국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적용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시간 환전으로 전환할 경우 네팅(상계)이 불가능해져 수수료 혜택을 보는 단타 투자자나 고객들에게 비용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며 “유동성이 적은 야간에 큰 규모를 환전하는 것이 리스크를 더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전산 안정성인 데다 내년 24시간 외환 거래라는 큰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대고객 전산 개발이나 정책 변경을 당장 단행하기에는 업무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