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고용 둔화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크게 후퇴하는 등 미 경제 둔화 흐름이 뚜렷한 것으로 25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지난 7일 뉴욕 맨해튼의 의류 매장이 한산하다. AF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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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심리, 주간 민간 고용, 9월 소매판매 모두 저조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25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후유증으로 10월 고용동향 통계 발표가 누락되거나 지연된 가운데 미 경제의 핵심 동력인 소비가 타격을 입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25일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완전고용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무게 중심이 고용으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방점을 찍었던 연준이 뚜렷한 소비, 고용 둔화 흐름 속에서 다음 달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금리 인하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가팔라진 감원
미 고용서비스 업체 ADP가 25일 발표한 민간 고용 ‘주간 진행 상황 업데이트’는 민간 부문 고용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ADP에 따르면 지난 4주 동안 미 민간 기업들은 1주일에 평균 1만3500명씩 감원했다. 이는 지난주 발표 당시의 주간 평균 감원 규모 2500명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1주일 사이 4주 평균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은 최근 1~2주 사이에 기업들의 정리해고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수치로만 보면 미 민간 고용 시장 약화 속도가 5배 이상 가속화됐음을 시사한다.
ADP의 주간 진행 상황 업데이트는 경제가 불안한 시기에 자주 제공되는 것으로 매월 첫 수요일에 발표되는 월별 민간고용 보고서와는 다르다. 노동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 7개월 만에 최저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비 6.8p 하락한 88.7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낙관과 비관이 갈린다. 100을 밑돌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응답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93.2를 예상했지만 하락세가 가팔랐다.
소비자들은 지금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고 판단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현재 상황지수는 기준선 100을 크게 웃돌아 126.9를 기록했다.
반면 향후 6개월 이내의 사업 여건, 고용, 수입 전망에 대한 예상을 나타내는 기대 지수는 63.2로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돌았다.
현재 상황지수는 전월비 4.3p, 기대지수는 8.6p 급락했다.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나 피터슨은 “소비자들은 특히 지금부터 6개월 동안의 사업 여건에 비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내년 중반 노동시장 여건 전망 역시 매우 부정적이었다면서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들도 급격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6개월 동안의 긍정적인 답변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소매판매 증가율, 넉 달 만에 최저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미 9월 소매판매도 저조했다.
소매판매액은 7033억달러로 전월 대비 0.2% 증가했지만 증가율 자체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시장 예상치 0.3%도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고용 둔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서서히 지갑을 닫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연준, 금리 인하 굳히나
미 정부 통계 발표가 생략되거나 지연되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날 통계로 볼 때 연준은 올해 마지막 FOMC에서 결국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변수인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 둔화세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들이 이날 줄줄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잰 해치어스는 23일 분석노트에서 연준이 12월 FOMC에서 추가로 기준 금리를 내리고, 내년에도 0.25%p씩 두 번 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다음 달 9~10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p 내릴 가능성을 82.7%로 보고 있다. 1주일 전 50.1%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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