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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연금과 보험

    1480원 넘으면 국민연금 소방수로 대기… “서학개미 환헤지 전략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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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해외 증시로 쏠린 자금 흐름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조적인 원화 약세 전망이 우세하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투자자들에게 자산 배분 시 환헤지(Hedge·위험 회피)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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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1,47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이어지는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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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날보다 4.7원 내린 1472.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간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과 외환당국의 개입 시그널로 이날 하루 안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1470원대를 유지했다. 이달에만 52원 넘게 오른 원·달러 환율은 24일 1477.1원에 마감하며,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시티그룹 전략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을 위협하며 국민연금의 달러 매도를 유발할 ‘임계치’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1480원을 넘어서면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을 일부 매각하는 등 전략적 환헤지*에 나서면서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달러가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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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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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0원이 ‘임계치’로 언급되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과 관련이 있다. 국민연금은 2001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99% 신뢰구간을 벗어나는 극단적 수준을 5영업일 이상 넘어설 경우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하는데, 현재 이 구간이 1482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9.4원을 기록하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환율 안정을 위한 ‘환율 4자 협의체’를 24일 구성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스와프 계약 확대 등을 통해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의 소방수로 활용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본격 개입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상당할 수 있다. 실제 올해 1월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하자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선물환 매도가 시장에 대거 유입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6원 이상 하락한 전례가 있다. 시장은 1480원 돌파 시 이번엔 30~50원 안팎의 단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가 구조적인 원화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10월 한 달 동안 해외주식을 68억1000만달러 순매수했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68억5000만달러로,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4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는 양자컴퓨터 관련주인 아이온큐,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비트코인 채굴주인 아이리스에너지(IREN), 비트마인 일일 등락률을 두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BMNU’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위재현 NH선물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내년도 달러화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인 상승이 예상된다”며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해외투자, 대미투자 합의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더딘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수급 요인으로 오른 환율은 되돌림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도 환율 방향성에만 베팅하기보다 환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외환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당국 정책에 따라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 수준에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자산 배분 과정에서 일정 비중을 환헤지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은서 기자(j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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