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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출범 5년 공수처 '초유의 수모'…처장∙차장 직무유기로 법정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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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정민영 특별검사보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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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26일 현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과 차장을 동시에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위증 고발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2021년 1월 21일 출범한 지 4년 10개월 만에 처장과 차장이 동시에 수사받고 기소된 초유의 일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 박석일 전 공수처 수사3부장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공수처장 대행을 지낸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송 전 부장 역시 직권남용과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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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입장문을 읽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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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송 전 부장의 위증 의혹을 ‘공수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자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송 전 부장은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구명 로비 의혹의) 공익신고자가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기 전까지 이 전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국회는 송 전 부장이 과거 이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고, 보고 라인상 사건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점을 들어 해당 진술을 허위로 판단해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사건을 배당받은 박 전 부장검사는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채 ‘무혐의’ 결론을 전제로 보고서를 작성해 이 차장과 오 처장에게 보고했고, 공수처 지휘부는 이를 사실상 묵인해 단 한 차례의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공수처장은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은 수사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결국 지난 7월 해병 특검으로 이첩됐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공수처의 방치는 단순한 불성실한 직무 수행이 아니라 사건을 외부 기관에 이첩하면 공수처장이나 현직 부장검사 등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하여 사건을 의도적으로 이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수처 "결론 정해 놓고 사실관계 꿰어맞춘 기소"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위증사건은 순직해병 순직 사건과 그 과정에서 제기된 수사 외압의혹이라는 본래의 쟁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특검은 마치 공수처·차장이 송 전 부장검사 등의 수사지연·방해행위를 덮어주기 위해 직무유기죄를 범한 것처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검 통보의무가 생기는 경우는, 단순히 공수처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된 때가 아니라 수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혐의가 인정될 때라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라며 “(이번 기소는)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맞춘 기소, 기본적인 법리조차 무시한 묻지마 기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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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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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공수처 지휘부, ‘수사외압’ 사건 무마 혐의도 기소



    김 전 부장과 송 전 부장은 지난해 초 각각 처장·차장 대행을 맡으면서 순직해병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이 지난해 초 수사팀에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순직해병 사건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순직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그는 돌연 수사팀에 “빨리 소환하라, 마구 소환하라, (대통령께) 특검법 거부 명분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 전 부장은 지난해 3월 순직해병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수사팀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수사팀의 반발로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또 그는 지난해 6월 수사팀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결재를 요청하자, “수사외압 사건은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돼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결재를 거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특검보는 “공수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를 엄정하게 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권한을 남용하여 수사권을 사유화, 정치화하고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며 “순직해병 사건 관련 범죄를 덮기 위해 벌어진 또 하나의 중대한 범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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