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수사방해·지연 의혹' 공수처 전현직 지휘부 5명 기소
"김선규·송창진, 수사권 사유화해…공수처 설립 취지 무력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5.11.1/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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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4년 만에 현직 공수처장과 차장이 모두 법정에 서는 위기를 맞이했다.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26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와, 같은 혐의를 받으면서 국회 위증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받는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그간 특검팀이 살핀 공수처 관련 의혹은 △송 전 부장검사 개인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의혹 △송 전 부장검사 국회 고발 사건 관련 공수처장 등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수사 과정에서 내부 수사 방해 의혹 등 총 세 갈래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팀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송 전 부장검사가 국회에서 위증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같은 국회 고발 사건을 공수처가 대검찰청에 통보·이첩하지 않았고 아무 수사도 진행하지 않는 등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이런 방치는 단순히 불성실한 직무수행이 아니라 사건을 외부기관에 이첩하면 공수처장이나 현직 부장검사 등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이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구명로비 의혹 제기 전부터 수사…송창진 "이종호 연루 뒤늦게 알았다"?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 2025.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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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공수처 차장 직무를 대리할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혀 국회로부터 같은해 8월 고발당했다.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 임용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 전 대표를 변호한 이력이 있고, 수사 상황을 보고 받는 위치에 있던 만큼 해당 증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외압 의혹 수사와 관련해 "통신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0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적 없다", "영장 청구 단계에 보완이 필요해 청구에 반대했다"고 밝힌 것도 허위로 보고 추가 고발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차장 직무대리 시기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관련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 보고 △언론보도 △대변인실 주요언론스크랩 △정례브리핑 보고 등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연루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던 상황을 다수 확인했다.
또 당시 공수처 수사팀은 언론의 구명로비 의혹 제기보다 앞선 시점부터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내역을 제보받아 수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 접수 이틀 만에 '송창진 무죄' 처·차장 보고…수사 없이 특검에 이첩
박석일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장검사. 2025.10.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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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공수처가 일찍부터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고, 공수처법상 소속 검사 범죄에 대한 대검 이첩·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내부 수사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의도적으로 사건을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박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19일 국회의 고발장 접수 후 해당사건을 본인에게 배당하고 이틀 만에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취지의 신속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이 차장은 해당 내용을 오 처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내용과 함께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방안 △국회에 대한 공수처장의 유감 표명 △추측성 고발을 한 국회의원에 대한 무고죄 인지 여부 검토 △국회 청문회 적법성 관련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결정 이후 사건 검토 및 처분 등의 대응방안이 담겼다.
박 전 부장검사는 같은해 10월 28일 신속검토보고서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긴 '수사상황보고'를 작성했는데 여기엔 "처·차장 상의하에 지휘부 지침에 따랐다"고 기재했다. 오 처장 및 이 차장과 상의를 거쳐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취지의 수사 보고가 이뤄졌다고 적은 셈이다.
박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공수처를 떠난 이후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이 차장이 쥐고 있던 시기도 있었고, 송 전 부장검사가 속한 수사2부 검사에게 배당되기도 했지만 피의자 및 참고인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공수처 고발 접수 11개월 만에 특검에 이첩됐다.
특검 관계자는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는 공수처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에 대검에서 하라는 것이고, 실제 공수처도 내부 지침에 따라 소속 검사에 대한 고발사건 중 반복성 민원 또는 각하 사안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엔 대검에 다 이첩했다"면서 "2~3개월 안에 대검에 이첩·통보를 한 실제 업무 처리 관행에 비춰보면 이 사건만 이첩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팀은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하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송 전 부장검사 위증 혐의와 관련해 2023년 6~7월경 이종호 전 대표와 연락한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화내역이 보존기간을 도과해 소실됐고,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 재직 시 사용한 업무용 PC자료 역시 퇴직 후 폐기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이는 국가형벌권 저해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총선 전 소환 마라"…특검법 처리되자 "막 소환하라. 거부권 명분 만들어야"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1부장검사(왼쪽)와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장검사. 2025.1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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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특검보는 공수처 내부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김·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장 및 차장 직무를 대행하는 동안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소환조사를 막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공수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만든 수사기관임에도 두 전직 부장검사는 권한을 남용해 수사권을 사유화, 정치화하고 공수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의혹 수사팀에 "22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전 의혹 관련자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는 등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지난해 5월 2일 순직해병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수사팀에 "어서 소환하라. 막 소환하라. 특검법 거부권 명분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지시하며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수사외압 의혹 수사팀의 대통령실, 국방부 장·차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수사보고를 받고 "수사외압 사건은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되더라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공수처 수사팀은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국방부검찰단과 해병대사령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또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총선에 출마한 이후 그가 출국금지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신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임명되자 지난해 3월 6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풀어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전직 부장검사의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 출국금지 관련 지시는 수사팀의 반발에 막혀 실현되지는 않았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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