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AI] AI 연산의 새 축, TPU가 본격적 대안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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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타가 구글의 TPU를 자체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논의 중이라고 전하면서 주가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논의는 메타가 구글의 TPU를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수준이 아니라 자체 데이터센터의 핵심 연산 장치로 도입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글이 TPU를 외부 대형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한다면, GPU와 CUDA의 락인 구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의 대규모 워크로드를 TPU가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GPU 중심 시장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
◆ TPU 대체 인프라 부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로 GPU 수급난과 고비용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TPU가 현실적인 대체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할 수 있다. 그동안 GPU 외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번 논의는 칩 선택의 다양성이 본격적으로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CUDA 생태계를 중심으로 구축돼온 소프트웨어 락인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모델과 라이브러리가 CUDA 기반으로 설계된 상황에서 TPU 전환을 검토한다는 것은, 메타 스스로 생태계 전환 비용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실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시장 권력의 이동 가능성도 짚어볼 수 있다. 대규모 고객사가 GPU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하면, 칩 시장은 단일 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다극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TPU 생태계는 GPU·CUDA 조합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텐서플로 기반 중심의 구조에서 파이토치 중심 워크로드를 얼마나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을지, 다양한 연구·실험 단계에서 GPU가 제공해온 범용성과 자유도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더불어 메타가 GPU와 TPU를 혼합해 운영하는 경우 인프라 관리 복잡성이 커지고, 양쪽 환경을 모두 지원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비용도 증가한다. 아직은 논의 단계라는 점 역시 변수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나 규모가 불투명한 만큼, 실제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엔비디아 역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해당 내용에 반응했다. 엔비디아는 “산업에서 한 세대 앞선 플랫폼이며 주요 모델을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며 범용성과 생태계 통합력을 강조했다. 이는 칩 단일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의 우위를 내세운 메시지로 해석된다. GPU·CUDA·cuDNN·TensorRT·드라이버·라이브러리로 이어지는 엔비디아의 통합 생태계가 여전히 전환 비용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대체 칩이 성능을 확보하더라도 생태계 전환의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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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대항마로 AWS의 자체 칩, 구글 TPU, 메타의 MTIA, 인텔의 가우디, AMD의 ROCm과 같은 여러 축이 연산 시장의 선택지를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GPU 중심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GPU만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던 시대도 이미 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중 아키텍처 기반의 연산 체계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민간 AI 인프라는 대부분 GPU와 CUDA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AI 팩토리, 대기업 클러스터, 연구기관, 대학 모두 동일한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지금까지 효율성이 높았지만, 시장이 다극화되면 단일 칩 의존은 장기적으로 기술 주권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산 표준이 다원화되는 순간, 한국 역시 인프라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사피온 등은 대규모 GPU를 정면으로 대체하기보다,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고효율 분산형 가속기를 지향하고 있다. TPU 전략과 유사한 이 방향성은 다중 연산 체계가 확산될수록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 국산 칩 실증 환경과 개발자 생태계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 전략 역시 AI 반도체 고도화 2단계, 국산 칩 테스트베드 확대, 공공 AI 인프라의 멀티 아키텍처 전환 검토 등은 GPU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연산 표준이 빠르게 분기하는 지금, 한국은 단순한 GPU 구매국이 아니라 차세대 칩 경쟁의 참여자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메타와 구글의 TPU 논의는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라, AI 연산 권력의 재편이 시작된 장면으로 봐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비디아 중심 구조가 즉시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산업 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균열이 실제 전환으로 이어질지, 제한된 분기점으로 남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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