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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연금과 보험

    노후자금 동원 아니라지만... 국민연금 운용 손대는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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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해외주식 13% 급등
    해외투자 확대로 환율 자극
    향후 해외자금 매각 불가피
    역으로 환율 급락 가능성도
    "장기적 관점 논의 필요성"


    한국일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15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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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580조 원 규모의 해외주식·채권 운용에 손을 대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환율 대응에 노후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금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서 24일 기재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손짓에 외환시장 '흔들'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은 '큰손'이다. 기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으며, 보유 해외자산(약 770조 원)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약 630조 원)보다 많다. 특히 해외주식 잔액은 8월 말 기준 486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431조 원)과 비교하면 8개월 새 12.8% 급등했다. 정부는 향후 기금 규모가 3,6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이 외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구조인 셈이다.

    당장은 환율 방어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로 달러가 대규모 빠져나가 환율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총리도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단기에 집중되면서 물가 상승, 구매력 약화에 따른 실질소득 저하로 이어질 경우에 지금 당장의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해외투자) 비중 증가 또는 감소 폭이 크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중장기 대책 필요"


    전문가들도 국민연금 해외투자 관련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1964~1974년생인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에 들어서는 데다, 국민연금 적자 전환(2048년)도 대비해야 해서다. 연금 지급을 위해서 해외자산을 대규모 매각한다면 역으로 환율이 대규모로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10~20년 뒤에는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해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이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이라며 "달러가 대규모 유입된다면 환율의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이를 감안할 때 해외자산을 지금과 같이 확대하는 게 맞는지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현재는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국민연금과 정부, 한국은행이 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연금 운용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은 전문가가 운용하고 기재부는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며 "단순히 외환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을 넘어, 환율 관리라는 명분으로 국민연금 개입을 공식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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