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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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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비즈] 인구감소 시대, 부동산 투자의 뉴 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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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인구감소가 현실이 된 지금, 부동산을 둘러싼 금융과 투자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출생아 급감과 고령화, 지역별 인구 편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환경에서는 주택금융이 쌓아올린 안정적인 자금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보유한 부동산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가치 있게 쓰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부동산이 짐이 되고, 금융의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동산 금융과 투자의 축을 전환하는 것이다.

    첫째, 자금을 수요자 금융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후 주택과 상가를 리모델링해 임대주택, 돌봄시설, 생활 사회기반시설(SOC) 등으로 바꾸는 사업은 지역에 실제 서비스를 공급한다. 공공성이 높지만 초기 재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전환·운영형 사업을 뒷받침하는 금융을 제도화한다면, 축적된 부동산이 지역경제로 순환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둘째, 부동산 투자는 직접투자 일변도에서 간접투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개별 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보다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주택저당증권(MBS), 리츠와 부동산펀드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위험을 분산하는 간접투자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등 현금흐름을 고령가구의 소득 보전에 활용한다면, 고령화가 빠른 한국에서 주거안정과 노후소득 부족 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간접투자가 주택과 도시 재생의 핵심 수단이 되었다. 미국 정부보증 MBS 잔액은 약 9조 달러로 전 세계 자본을 주택시장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리츠로 도심 재생과 임대자산 운영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였고, 리츠·부동산신탁 시가총액은 각각 약 15조엔, 약 1000억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100조원)에 이른다.

    한국은 2001년 리츠를 도입했지만, 2025년 기준 상장 리츠 수는 25개, 시가총액은 약 9조원 수준에 그친다. 다만 전체 리츠 자산총액은 약 115조원으로, 간접투자를 통한 부동산 보유·운영 플랫폼은 이미 상당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의 부동산펀드는 리츠와 함께 간접투자 시장의 또 다른 축이다. 국내 공·사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약 179조원으로 리츠 자산총액을 상회하며,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펀드 수 30개, 순자산 약 2조5000억원 수준이다(2024년 8월 기준).

    인구가 줄어도 필요한 공간은 계속 공급되어야 하고,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돌봄·임대·생활 SOC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 공실이 될 수 있는 자산을 사회적으로 필요한 용도로 전환하고, 리츠와 부동산펀드 같은 간접투자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한다면 지역 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가계에 집중된 자산과 자금이 부동산 운영·서비스·지역산업으로 흘러가고, 그 과실의 일부가 다시 고령가구의 소득 보전으로 돌아오도록 정책금융의 축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인구구조가 바뀐 한국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동산 금융·투자의 ‘뉴 노멀’이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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