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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성장률 높인 한은 “예상보다 양호”…금리인하 美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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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호황에 상향, 저성장 우려 완화

     집값 오름세·환율…금리인하 명분 약해

    인하시 원화 약세·물가 부담 커질 듯

    이창용,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도 시사

    헤럴드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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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4번 연속으로 묶은 배경에는 부동산과 외환시장의 불안이 깔려있다.

    연이은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고,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성장률 눈높이가 높아져 저성장 불안을 덜었다는 점도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향방은 당장 12월 미국의 금리 결정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만약 미국이 강력한 인하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당분간 우리나라도 추가 인하는 어렵고 현재의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마지막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와 내년 각각 0.9%, 1.6%에서 1.0%, 1.8%로 상향 조정했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상향 조정이다.

    지난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1.2%로, 한은의 기존 전망치(1.1%)보다 높게 나오면서 성장률의 전반적인 눈높이가 올라갔다.

    한은의 올해 연간 전망치는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5월(0.8%)까지 지속해서 낮아지다가 8월(0.9%)부터 다시 높아졌다.

    이번에 발표한 한은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금융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1.0%와 같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0.9%보다는 높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약 1.8%)을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앞서 한은은 내년 전망치를 2024년 11월 1.8%로 처음 제시한 뒤 올해 5월 1.6%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KDI, IMF가 각각 제시한 1.8%와 동일하고, 한국금융연구원(2.1%)이나 OECD(2.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개선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은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눈높이를 올려 잡은 통화당국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로 묶었다. 4연속 동결이다.

    한은이 금리를 낮추지 않은 기저에는 수도권 집값과 고환율 문제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10·15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원화 약세를 불러올 수 있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더 어려워졌다.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지난 24일 1477.1원을 기록했다.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후에도 환율은 떨어지지 않고 1400원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9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했다.

    높은 환율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금리는 사실상 통화의 가격인데,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금리보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1.50%포인트나 낮다. 자금이 유출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이고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금리를 내리게 되면 추가적인 원화 약세가 나타나 환율이 추가로 더 상승하게 된다. 최근 외환시장은 해외투자 수요 등으로 가파른 상방압력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금리까지 인하하면 통화당국이 불을 붙이는 모양새가 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준금리 인하는 환율이 내려가야만 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외환당국이기 때문에 지금의 환율은 사실 한은의 오명인데 어떻게 금리를 내릴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저성장 불안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도 무리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됐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 1.6%에서 각각 1.0%, 1.8%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 덕분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827억7000만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672억3000만달러)보다 약 23%나 많다. 역대 최대의 흑자 기록이다. 수출 측면의 경기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소비쿠폰 등 정부 정책으로 내수의 회복세도 이어졌다.

    성장률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애초 지난해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작된 이유 자체가 저성장이었다. 계엄에 따른 경제 영향이 사라졌고 관세 협상도 마무리되면서 무리한 인하를 단행할 당위가 약해졌다.

    물가 문제도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슬며시 부상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0%에서 2.1%로, 기존 1.9%에서 2.1%로 각각 높였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뛴 탓이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한은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다.

    환율·물가·성장률·집값 등 금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면서 내년에도 추가적인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소한 미국이 금리를 보다 빠르게 내려 환율이 안정돼야 금리 인하를 저울질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분석했다. 12월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의 신호가 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결정에 많은 것이 달려 있는데, 만약 미국의 금리 인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내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이제 ‘룸(공간)’이 없게 된다”며 “환율의 충분한 안정세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당분간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환율이 너무 불안하다 보니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수준까지 내려올 때까지 금리는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4~5월 미국의 경제 데이터가 상당히 나쁘게 나오고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지면 추가로 우리나라도 금리를 한 번 정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 및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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