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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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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루지에게서 나를 찾다…'어른이'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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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뮤지컬단 내달 세종문화회관서 공연…원작 살짝 비틀어 현재성 가미

    배우 한 명이 세 정령 1인3역…정령 역 리사 "같은 목표 가진 하나의 존재"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캐럴' 출연진과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가운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어른이'를 위한 뮤지컬이에요. 악인이 따듯한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달 5∼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시뮤지컬단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평면적으로 알고 있던 구두쇠 스크루지의 내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원작을 살짝 비틀어 스크루지가 수전노가 될 수밖에 없던 사정과 그런 그가 다시 착했던 본성을 되찾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영국 런던에 사는 악명 높은 구두쇠 스크루지에게 세 명의 정령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철저한 배금주의자였던 스크루지가 정령과 함께 시간 여행에 나서며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는 내용이다. 디킨스의 동명 소설에 몇 가지 설정을 추가해 뮤지컬로 각색했다.

    '정령'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르는 배우 리사는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어렸을 때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무섭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작품 준비를 하다 보니 스크루지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 모습과 유사한 스크루지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루지에게 전형적인 '악인성'을 부여하기보다는 현실에 찌들어 흑화한 한 어른이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으로 작품을 봐달라는 취지다.

    연합뉴스

    정령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리사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크루지 역으로 출연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이경준 배우는 "악인이 벌을 받고 처단됐을 때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겠지만, 사랑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순수성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이 '다행이다'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서울시뮤지컬단의 한일경 배우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스크루지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해를 끼치는 전형적인 악인이었다"면서 "나이가 들어서 작품을 다시 보니 특별한 계기로 악인이 됐을 뿐 본성은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크루지가 공연 마지막에 어린 시절의 자신과 조우하는 장면도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원작에서는 (마지막에) 스크루지가 자기의 무덤을 보고 깨닫는데, 이번 뮤지컬은 자기의 무덤과 조카 티나의 무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으로 끝맺는다"면서 "바로 스크루지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만나는 장면으로 작품의 주요 넘버가 여기서 불린다"고 설명했다.

    리사도 "스크루지가 마지막에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 장면에서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치유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캐럴'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의 정령 '오리리'와 현재의 정령 '프레즈', 미래의 정령 '푸투루스'를 한 배우가 도맡아 연기하는 것도 이번 작품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그동안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등에서는 세 정령을 각기 다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 명의 배우가 쭉 정령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 단장은 "세 정령을 각기 다른 배우가 맡으면 의상을 갈아입는 것부터 훨씬 편해지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한 배우가 갑자기 옷을 갈아입고 이 역할, 저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관객에게 즐길 거리라는 생각에 한 배우가 다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세 명의 몫을 혼자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될 수도 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사와 함께 정령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서울시뮤지컬단의 이연경 배우는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각각 다른 말투나 행동을 하게 된다"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제 안에 있는 각각 다른 모습을 꺼내 하나에 담아서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사도 "세 정령은 다른 인물이지만, 결국 '스크루지의 본성을 회복시키겠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하나의 존재"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스크루지들이 조금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세 가지 모습을 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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