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한국 첫 개인전…아뜰리에 에르메스
햇살 커튼 헤치고 오솔길 지나 번개 정원까지…"자연과 가까워지길"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 전경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드로잉과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온 스페인 출신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한국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가 28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생물학자를 꿈꿨던 작가는 미술가가 된 이후에도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시각화할지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브라질에 장기 체류하면서 아마존 지역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예술적 풍토, 토속 사상을 자기 예술의 모티프로 삼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아마존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 얽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서양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그런 경계가 무의미하고, 양자가 서로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작 '산과 친구되기' |
그는 숲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이번 전시에서도 구현하려 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은 3개의 열려 있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가장 큰길에는 금색 알루미늄 커튼이 길을 막고 있다. 햇살 같기도, 해 질 녘 노랗게 물들이는 석양 같기도 하다.
첫 번째 커튼은 가운데를 통과할 수 있도록 크게 뚫려 있지만 바로 등장하는 두 번째 커튼은 사람이 통과하기엔 구멍이 작다. 이 때문에 관람객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 마치 풀숲을 지나듯 알루미늄 커튼을 헤치며 나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작 '번개치는 돌'(용) |
오솔길처럼 구성된 흰 벽면을 타고 가다 보면 수직으로 내려오는 번개를 형상화한 조명과 그 밑에 놓인 바위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세월의 흔적이 깃든 듯한 이끼 낀 바위들의 형태에 따라 각각 '산', '사자', '코끼리', '용'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번개 치는 정원'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는 전시장 건물 중앙에 있는 중정을 정원으로 꾸몄다. 검은 화산석으로 구릉을 만들고 그 위에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소나무 주변에는 번개를 상징하는 수직 형태의 조명들이 배치됐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작 '번개치는 정원' |
중정 반대편 벽에는 비디오 아트 작업 '물고기가 입 맞추는 달'이 재생된다. 경북 경주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월지에 비친 달을 찍었다.
작가는 "원래는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는데 월지 안에 사는 물고기를 보고 제목이 떠올랐다"며 "물고기가 수면에 비친 달과 만나는 모습이 달에 입 맞추는 물고기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작 '물고기와 입맞추는 달' |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우리가 자연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연과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나의 전시는 도구일 뿐이며 전시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 관람객의 세계가 조금은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8일까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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