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국채 3.5%뿐…준비자산 부족해 ‘1달러 고정’ 유지 더 어려운 한국 시장
위기 때는 USDC처럼 붕괴 가능…코인런·뱅크런 상호 전염 위험도 지적
전문가 “발행업자 자본·유동성 규제·진입 제한 없으면 공적안전망 부담 커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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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성 자본시장연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의심 없이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NQA(No Questions Asked) 원칙이 충족돼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민간이 발행한 화폐가 이 조건을 만족한 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17세기 영국 금장업자의 보관증 남발 사례나 은행예금 초기의 반복적인 불안정성이 대표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예금이 안정성을 확보한 것도 예금보험·최종대부자 기능 등 정부 안전망이 뒷받침된 이후”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 EU, 일본 등 이미 제도를 구축한 주요국이 공통적으로 단기 안전자산 중심의 준비자산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만기 93일 이하 국채, 7일 이하 RP, 보험예금만 편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EU는 발행액의 30% 이상을 은행예금으로 보유하도록 요구한다. 일본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금을 전액 요구불예금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했다가 최근 일부 단기 국채 편입만 허용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준비자산 규제가 작동하더라도 극단적 시장 변동성에서는 안정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USDC 가격이 한때 액면가 대비 12.5%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은행위기가 코인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역으로 코인런이 은행 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결국 정부의 공적 안전망이 코인 발행업자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시장의 여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5년 7월 기준 국채 잔액(1,223조원) 가운데 만기 3개월 이하는 3.5%(약 42조원)에 그쳐 미국처럼 단기국채 중심의 준비자산을 구성하기 어렵다. 국채수익률이 낮아 발행업자의 시뇨리지(발행이익)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장기·고위험 자산 편입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로 준비자산 요건 완화 경계, 발행업자에 대한 자본·유동성 규제 도입, 발행업자 수 제한 등을 제언했다. 특히 준비자산 외에 비상 시 즉각 투입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초과담보)을 상시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잘못 설계할 경우 금융안정 리스크와 공적 안전망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준비자산·자본규제·발행자 관리 등 최소 요건이 갖춰져야 제도권 진입 논의가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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