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명 인터뷰한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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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게들이 트리나 리스로 장식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연말이구나!'를 실감하는데요, 한국만은 향후 몇 년간 아마도 '이것'으로 연말 분위기를 느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계엄 관련 뉴스입니다.
신간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KBS 유튜브 채널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이 12·3 불법계엄 증언 채록 프로젝트로 만난 인물 123명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발표 직후 월담해 국회로 들어가 계엄을 해제한 우원식 국회의장, 진작부터 계엄 가능성을 제기했던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해 안귀령, 한동훈, 조국, 박은정, 안규백, 김상욱 등 정당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그날 밤 국회의사당 안팎에서 분투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충남 당진 소재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홍원기(63)씨는 야간 근무에 들어가기 직전 계엄 소식을 듣고 속도 위반 딱지를 수십 장 떼가며 여의도로 질주했습니다.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사실 저라도 좋다고 생각"했다는 대학 교수 오현옥(52)씨는 군에 있는 아들이 떠올라 슬픈 마음이 더 컸다고요. "음악가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 인식이 너무 박하다고 평소 생각하던" 밴드 뮤지션 황인경(39)씨도 국회 앞에서 힘을 보탰고, 직장인 최진영(50)씨는 군을 향해 "임무에 소극적으로 임하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날 움직이는 군용 차량을 몸으로 막아선 일명 '탱크맨' 김동현(34)씨는 이런 마음이었다고 하네요. "확실히 이길 자신은 없는데, 물고 늘어져서 질질 끌어당길 정도의 힘은 있으니까 그거라도 하겠다."
현재 해당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1,5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다음 달 3일 오후 10시, KBS1에서 동명의 특집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된다고 합니다. 영상이든 책이든 지난 한 해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기에 손색없을 듯합니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 외 1명 지음·이야기장수 발행·336쪽·1만8,500원 |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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