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케이블TV기자협회(KC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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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이 체감하는 중앙정부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입법 절차는 길고 복잡하지만 지역민에게는 ‘법안 발의’ 그 자체가 변화의 출발점으로 읽힌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 간극을 메워 온 것이 케이블TV였다. 중앙정책의 흐름을 지역민의 시각에서 해설하고, 입법·행정 절차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지역 현안을 중앙까지 연결해왔다. 하지만 취재 접근 제약과 업황 부진에 따른 보도 기능 축소는 이러한 연결 고리를 끊을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다면 케이블TV의 지역보도 기능은 어떻게 유지되고 강화될 수 있을까. 지난 25일 한국케이블TV기자협회(KCJA) 이재필 회장, 강혜진 국회 토론회 준비위원장, 김동은 운영위원장을 만나 지역보도의 현실과 과제를 들었다.
◆ 케이블TV, 지역민방과는 다르다…‘생활권’ 단위서 밀착 취재
케이블TV는 권역사업자로서 지역성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는 매체다. 지역 민영방송이 시·도 단위의 광역권을 다룬다면 케이블TV는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민의 ‘생활권’ 단위에서 취재·보도를 수행해왔다.
보도 사례는 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남인천방송은 인천 송도 유원지 개발 지연 문제를 다룰 때 사업 지연의 배경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생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HCN 한 아파트 내 경비원 집단 해고 논란을 취재하며 당사자 양측의 해명을 검증해 생활 현장의 갈등을 밀착 보도했다.
강 준비위원장은 “북촌 한옥마을 관광 문제를 취재했을 당시 주민들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일상을 잃었고, 인구가 20% 넘게 줄었다고 호소했다”며 “해당 보도를 본 지역 거주 비례대표 의원이 지자체장이 관광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보도는 허용하지만 언론은 아니다”…국회 출입 제한 등 취재 환경은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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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준비위원장은 “케이블TV는 권역 단위에서 지역보도를 수행해 왔지만 제도나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생활정보 프로그램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은 저희를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제도상 지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괴리”라고 말했다.
케이블TV 기자들의 국회 출입 제한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다. 국회사무처가 언론환경개선자문위원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출입 요건을 변경, 케이블TV는 취재 시 매번 출입증을 신청해야 해 상시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강 준비위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지역구 의원이 ‘나를 취재하는 지역구 기자가 국회에 출입할 수 없냐’며 놀라워한 일이 있었다”라며 “지역 민원이나 단체가 문제를 제기해도 관련 부처 확인이 필요한데 접근권이 막히면 지역보도의 역할을 다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더 강한 언론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이라며 “지역의 현안을 가장 먼저 기록·감시·해설해 온 케이블TV가 정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해 달라는 것”라고 거듭 강조했다.
◆ 지역 권력 감시의 눈 사라진다…재정 위기 속 보도 기능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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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의 상징적 프로그램인 지방선거 개표방송도 내년 편성이 불투명하다. 권역별 개표방송에는 2000만~3000만원, 전국 단위로는 약 3억원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투자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민주주의의 기반이던 공적 프로그램이 비용 문제만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회장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영업이익이 2018년 2334억원에서 2022년 192억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도 채널을 축소하려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며 “중앙 매체가 다루지 않는 지역 현안을 우리가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여전하지만 구조조정과 축소 국면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처우와 지원은 계속 줄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케이블TV는 ‘지역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제도적 지원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역방송 지위를 확보하면 방발기금 감면 등 공적 역할에 대한 보상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케이블TV 내부의 자각과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KCJA는 내달 2일 노종면 의원실과 함께 ‘지역 케이블TV 보도기능 강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 업계는 이번 논의가 지역 지상파와 구별되는 케이블TV의 역할을 재정립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취재 접근권·지역방송 지위·보도 재원 구조 등 개선 과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케이블TV가 지역 언론으로서 정보 전달 책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지역발전지원특별법이나 방송발전기금 등 제도적 측면에서 지원과 조건을 재정비해야 보도 기능도 유지될 수 있으며 이번 토론회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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