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연패를 이끈 주역 T1 '오너' 문현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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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오너' 문현준은 '페이커' 이상혁의 뒤를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이 가장 큰 한국 선수로 평가된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연패를 비롯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어워드 올해의 정글러로 선정되는 등 수많은 업적을 쌓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만큼 인기가 높아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 팀이 3년 연속 정상에 오른 스리피트(3-peat)를 달성한 건 T1이 처음이다. 문현준은 작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T1이 우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한 문현준은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였던 롤드컵 3연패를 달성해 정말 기쁘다"며 "벌써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LCK에서 최종 4위로 부진했던 T1은 4번 시드를 받아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결승까지 총 24경기를 치렀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는 1차전에서 승리한 뒤 2·3차전에서 모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현준과 '페이커' 이상혁 등은 작년과 2023년 롤드컵 정상에 올랐던 '우승 DNA'를 살려 애니원즈 레전드(AL), 톱 e스포츠(TES) 등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kt 롤스터와 LCK 통신사 더비로 치러진 결승에서도 T1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해 다시 한번 롤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문현준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라 긴장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8강에서 최근 경기력이 좋았던 AL을 만났을 때는 우리가 먼저 집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상혁이 형 등이 어떤 팀보다도 벼랑 끝 승부를 많이 치러봤다는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보다는 상대가 더 긴장하고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판단해 자신감을 갖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oL은 5명이 '탑·정글·미드·바텀·서포터' 등 역할을 맡아 한 팀을 이뤄 상대 팀의 넥서스(본진)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T1 아카데미 출신인 문현준은 2020년 12월 1군으로 콜업된 뒤 5년째 정글 포지션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문현준이 연습생에서 세계 최고의 정글러가 되는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데는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절박함이 원동력이 됐다. 그는 "연습생 시절에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게임에 쏟아부었다. 그냥 열심히 해서는 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내 인생을 LoL에 걸었다"고 회상했다.
T1에서 오랜 기간 주전으로 활약한 비결로 문현준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점을 꼽았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박자 빠른 판단과 피지컬이 남다른 문현준은 지난해 역대 정글 포지션 여섯 번째로 LCK 통산 1000킬과 2000어시스트를 달성했다. LoL 선수들에게 피지컬이란 기계적 조작 능력, 반응 속도, 판단 속도, 포지션 유지 능력 등을 의미한다. 롤드컵 등 다른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킬·어시스트의 숫자는 5000개가 넘는다.
문현준은 "연습생 시절 공격 능력을 키우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 덕에 공격에서는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다른 선수들처럼 장점을 살리지 않고 약점을 보완하는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문현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는 조언도 건넸다. 그는 "세상에 기적은 없고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며 "실패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현준은 자신의 롤모델인 이상혁과 여러 차례 환상적 호흡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플레이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역대 최다골을 합작한 손흥민·해리 케인 듀오에 비견된다. 토트넘 시절 손흥민처럼 경기장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T1에서 수행한 문현준은 "케인처럼 골을 넣고 전반적인 경기 운영까지 책임지는 상혁이 형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맞았다"며 "5년간 함께해서 그런지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따로 말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열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문현준은 "정글러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한 명만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누구도 이견을 갖지 못하는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주며 태극마크를 달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LCK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e스포츠 월드컵(EWC)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문현준은 "내년 롤드컵의 경우 4년 연속 우승이 주는 부담감이 너무 클 것 같아 결승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LCK 등 다른 대회에서는 우승을 노려보려고 한다"며 "상혁이 형, 새롭게 합류한 '페이즈' 김수환, '도란' 최현준, '케리아' 류민석과 함께 다관왕을 달성해보겠다.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 T1의 원클럽맨으로 남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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