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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IT과학칼럼] 인공지능 시대 선진국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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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를 선진경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선진국은 ‘앞선 국가’이다. 1인당 국민소득과 같은 경제력, 민주화와 교육 수준, 의료 환경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는 국가를 말한다. 이러한 정량적 지표들이 평가 기준이라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명확하다. 평가 지표의 절댓값을 높이면 된다.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례 없는 속도로 이 점수들을 끌어올려 마침내 선진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선진국은 단순히 정량 지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또한 ‘앞에서 이끄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선도자에게는 기존과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전의 가치들과는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의 축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발도상국 시절의 한국은 선진국이 만들어둔 표준화된 규칙을 잘 따라가는 ‘추격자’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했다. 이미 정해진 답을 빠르고 많이 습득하는 사람이 인재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비례해서 성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 대한민국은 세계를 움직일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선도자’를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으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2022년 11월,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의 등장은 대한민국 교육 체계를 흔드는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우리가 입력하는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은 방대한 지식을 검색할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재조합하고 문맥에 맞춰 거의 실시간으로 논리적인 답변을 생성한다. 이제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정답을 찾는 데 특화된 학생을 길러내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인공지능은 지식의 암기와 재생산에서 인간을 압도한다. 이제 우리 교육은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학생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내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수동적 답변자’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능동적 발화자’를 길러내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생은 다른 사람의 질문에 응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어진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의문을 던지고 그 정당성을 탐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심과 질문은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창조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주체적인 사유를 통해 얻은 세계에 대한 나만의 해석은 이전의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통찰로 이어진다. 이 통찰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정의하는 힘이 된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과거의 패턴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를 여는 열쇠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교육은 이제 변해야 한다. 정해진 길을 빠르게 달리는 법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표준화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독창적인 답을 만드는 학생을 키워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 선진국의 교육은 지식의 암기가 아닌 사고의 혁신에, 정답 찾기가 아닌 의미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를 이끄는 나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의 방향이다.

    김태영 광주과학기술원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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