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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미술의 세계

    한국 온 이슬람 예술 명품 83점…국중박 ‘이슬람실’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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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란 필사본부터 왕실 카펫까지
    7~19세기 예술 한자리에 모여
    문자와 문양이 만들어낸 조화


    매일경제

    천 송이의 꽃과 벽감무늬 카펫, 무굴 제국 18세기 북인도,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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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송이의 꽃무늬가 촘촘히 수 놓인 카펫, 금박을 입힌 화려한 필사본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아라비안나이트 속 궁정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신설한 이슬람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공동으로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을 열고 이슬람 대표 유물 83점을 선보인다. 상설전시관에 이슬람실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슬람 예술품 전시를 종교, 문화의 확장, 궁정 예술이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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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쿠란 필사본, 티무르 제국 15세기 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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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관람객들이 실제 이슬람 세계를 여행하듯 공간을 이동하도록 구성돼 있다. 입구를 지나면 먼저 이슬람 문화의 출발점인 신앙의 세계가 펼쳐진다. 양피지에 기록된 초기 쿠란 필사본부터 티무르 제국 시기의 대형 필사본까지 문자 예술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 한데 모여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진 서체를 비교할 수 있다. 모스크에서 기도할 때 사용한 카펫의 섬세한 식물, 기하학 문양도 감상할 수 있다. 메카 방향을 알리는 미흐랍 석판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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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흐랍 석판, 일한국 14세기 초, 이란,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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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미술은 우상 숭배를 금지했기 때문에 신의 가르침을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 대신 문자와 기하학적 무늬, 식물 문양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제약 속에서 서체의 아름다움이 극도로 발전했고, 아라베스크 문양이 확산했다. 신의 뜻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슬람 미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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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롤라베, 나스르 왕조 1309~1310년, 스페인 그라나다,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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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문화가 다른 문명과 어떻게 교류했는지 보여주는 공간도 이어진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이슬람 문화는 무역과 교류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뻗어나갔다. 14세기 스페인에서 제작해 중동으로 건너온 아스트롤라베는 학문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 별자리와 달력이 아랍어와 라틴어로 각각 새겨져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시간을 재고 메카의 방향을 파악하며 천체의 위치를 계산할 때 아스트롤라베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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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이슬람실에서 전시 중인 ‘구름과 꽃무늬 타일’(오스만 제국 1580년경, 튀르키예 이즈닉).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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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도자기, 금속공예품에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기술과 문양이 융합된 조화미가 담겨 있다. ‘구름과 꽃무늬 타일’은 오스만 제국 1580년경 유행했던 이즈닉 도기로 중국 백자 제작 기술과 이슬람 예술이 융합해서 만들어졌다. 길고 가느다란 이파리와 중국식 구름무늬가 어우러져 있고, 중국 도자기의 다층 유약 기법이 적용돼 선명한 색채를 띄고 있다. 이 작품들은 이슬람 문화가 이동과 교류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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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삽화, 사파비 제국 1525~1540년경, 이란 타브리즈,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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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의 마지막은 궁정 예술로 이어진다. 오스만, 사파비, 무굴 제국의 궁정은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였다. 특히 필사본은 종교적 신앙과 왕권을 상징하는 핵심 문화유산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필사본은 깊은 신앙심과 왕실 후원으로 발전했다.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삽화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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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중 샴사 장식, 사파비 제국 1576~1577년경, 이란 카즈빈,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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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필사본의 첫머리에 있는 ‘샴사’ 문양도 전시된다. ‘작은 태양’이라는 뜻의 샴사는 신이 부여한 왕권을 상징한다. 푸른색과 금색, 흰색으로 장식한 꽃 모양의 샴사 중앙에는 군주를 찬양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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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이슬람실에서 전시 중인 ‘필기구 세트’(오스만 제국 19세기 말, 튀르키예).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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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 제작된 카펫과 직물, 장신구는 정교함과 화려함에 극치에 이르렀다. ‘천송이의 꽃과 벽감무늬 카펫’의 소재는 캐시미어와 비단 소재으로 작은 꽃들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오스만 제국 후기 궁정에서 쓰인 ‘필기구 세트’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금으로 만들어진 필기구 세트는 터키 블루의 에나멜과 커다란 다이아몬드로 장식됐다. 무굴 제국 또는 그 이후에 남성들이 사용한 터번 장식도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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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이슬람실에서 전시 중인 ‘터번 장식’(무굴 제국 또는 그 이후 17세기 초~19세기, 인도).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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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는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대표적 공간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코너도 마련됐다. 관람객은 이슬람 궁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출구는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인도·동남아시아실로 이어져 이슬람과 주변 지역이 상호 교류하며 형성한 문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내년 10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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