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대출 증가액, 주담대 6396억원 < 신용대출 8316억원 '역전현상'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잔액 증감 추이/그래픽=윤선정 |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데다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잇따라 창구를 닫으면서다.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 수요가 늘면서 대출 구조 왜곡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611조2857억원으로 한 달 동안 639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약 20개월 만의 최소 증가폭으로,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가장 부진한 흐름이다. 일 단위로 보면 하루 평균 약 304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전세대출도 함께 뒷걸음쳤다. 지난달 전세대출 잔액은 2849억원 감소해 3개월 연속 줄었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고 거래가 침체됐고 주담대와 함께 적용되는 각종 총량·심사 규제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급랭'의 배경으로 10·15 대책 등 부동산·대출 규제와 연말 총량 관리를 꼽는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초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했고 하반기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목표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대출여력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24일에는 대면 접수까지 막았다.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연내 신규 주담대 접수가 불가능하다. 일부 은행은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모집인 채널을 중단해 신규 유입 자체를 조절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점별 주담대 한도를 한 달 10억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택 관련 대출이 막히자 실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8316억원 증가해 주담대 증가액을 크게 웃돌았다. 2개월 동안 신용대출 잔액의 증가 규모는 1조7567억원에 달한다. 통상 주담대 실행액이 훨씬 큰 점을 감안하면 신용대출 증가폭이 더 큰 역전 현상은 이례적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신용대출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신규 접수가 중단돼도 기존 한도 대출은 바로 인출해 쓸 수 있어 가장 손쉬운 대안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시 활황으로 일부 자금이 '빚투' 등 투자수요로 향한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출절벽'에 인터넷은행에서는 새벽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루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신용대출 한도를 받기 위해 매일 오전 6시 은행 앱에 접속해 신청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금융·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출이 막혀 잔금을 못 치르게 생겼다" "주담대 막히는데 신용대출로 돌릴 수 있느냐" 등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이미 관리 목표를 넘친 상황이라 사실상 연내 신규 대출 여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라며 "기존 대출의 상환 일정에 맞춰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실수요자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점 상담과 접수량 또한 점진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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