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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우린 엔비디아 필요없다”…5년치 자체 AI칩 만들었다는 중국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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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제재로 되레 기술자립 가속
    자체개발칩 성능 H20 웃돌아
    국내 수요 4배 달하는 칩 확보


    매일경제

    미국의 AI 칩 수출 통제에도 중국의 자체 칩 생산이 급증하며 2025년 수요의 4배 규모 ‘공급 과잉’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성능 향상과 국산화 가속이 규제의 실효성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엔비디아 칩 [AFP = 연합뉴스]


    미국이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차단한 지 3년 만에 중국이 오히려 자체 칩 생산을 급격히 늘리며 향후 5년 동안 국내 수요를 크게 웃도는 ‘공급 초과’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규제가 중국의 AI 성장을 늦추기는커녕 자국산 칩 개발과 우회 조달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수출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중국이 2025년 말 기준 AI 추론용 칩을 국내 수요의 약 4배 규모로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론용 칩은 AI 모델이 실제로 답변을 생성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매체는 투자은행 제프리스 분석을 인용해 “중국은 2030년까지 수요를 웃도는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내 칩 확보량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으로는 미국산 저성능 칩(H20) 대량 비축, 중국산 칩 성능 향상,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 능력 확장 등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에 H20 신규 주문 중단을 지시했으며, 일부 신규 데이터센터에서는 H20 사용까지 금지했다. 명목상 이유는 ‘안보 우려’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성능 제한형 미국산 칩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매일경제

    실제 중국산 칩은 성능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 금융 리서치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화웨이 ‘어센드 910C’는 미국 상무부가 규제 기준으로 사용하는 연산 성능 지표(TPP)에서 1만점을 넘기며 엔비디아 H20(2368점)의 4배 이상을 기록했다. 하이곤, 캠브리콘 등 중국 업체가 설계한 칩들도 H20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제프리스는 중국의 7나노(㎚)급 생산 능력이 2025년 연간 110만개에서 2030년 41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발전 억제 정책은 오히려 중국의 자체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시작으로 첨단 칩·장비·설계 소프트웨어(EDA)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화웨이는 TSMC 공급이 끊기며 최신 5G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했고, 2021년 매출이 1년 만에 30% 감소했다. 그러나 충격은 곧 ‘기술 독립’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화웨이는 예비 기술을 즉시 투입하는 ‘스페어 타이어’ 전략을 가동하고, 자체 펀드를 통해 60여 개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생태계 육성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전폭적인 국산화 지원에 나서 화웨이는 2023년 중국산 장비로 생산한 7나노 칩을 탑재한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

    이 흐름을 가장 강하게 경고해온 인물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AI 칩 수출을 막으면 중국은 자력 개발에 나설 것이고, 결국 미국 칩이 필요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최신 칩인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 의회와 행정부 내에서는 수출 반대 목소리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여야 의원들이 첨단 AI 칩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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