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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국제유가 톺아보기] "러 드론 피격에 베네수엘라 봉쇄령까지" 지정학적 '공급 공포'에 WTI 60달러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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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홍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화가 러시아의 에너지 심장부를 겨냥하고, 남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봉쇄 조치가 떨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까지 재확인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은 동시에 터진 '3중 공급 쇼크'에 출렁였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77달러(1.32%) 오른 배럴당 59.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8일 이후 최고치다. 장중 한때 매수세가 몰리며 2% 넘게 급등, 60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0.79달러(1.27%) 상승한 63.17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었다. 시장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인프라를 정밀 타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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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카자흐스탄 원유를 러시아를 거쳐 흑해로 내보내는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의 운영 중단 소식이 충격을 줬다. CPC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1%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CPC 측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 공격 여파로 흑해 터미널 정박지 3곳 중 1곳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튀르키예 흑해 연안에서는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 원유를 나르던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 2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흑해의 주요 수출 항구인 노보로시스크가 공격받은 데 이어, 이제는 해상 운송로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시장에서는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분석가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에 대한 타격은 단순한 국지전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물류망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대변했다.

    한편 동유럽의 위기가 물리적 타격이라면, 남미에서 불어온 바람은 미국의 강력한 정치적 압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향해 던진 경고장이 원유 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상공과 주변 영공 전체를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며 사실상의 비행 금지 경고를 내렸다. 명분은 마약 카르텔 소탕이지만, 시장은 이를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고강도 제재 혹은 군사 작전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정 불안이나 미국의 봉쇄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남미 지역의 원유 공급망 역시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를 방어해 줄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달 30일 화상회의를 통해 내년 1분기(1~3월)까지 기존의 감산 조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4월부터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려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동결'을 택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유가를 방어하겠다는 산유국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시점에 '증산 카드'마저 사라지게 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은 당분간 유가가 지정학적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추가 공격 강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베네수엘라 후속 조치가 향후 유가 60달러 선 돌파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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