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업통상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업체와 산업통상부 등으로 구성된 마스가 프로젝트 민관 협의체가 사실상 공동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협의를 주도하는 산업통상부는 3사 통합 회의 대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각 사를 별도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 한국해운협회에 전시된 선박 모형.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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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첫 모임 이후 임원과 실무자들이 비공개로 몇 차례 만났으나 경쟁업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어 더 이상 함께 만나지 않는다”라면서 “같은 날 보더라도 A사는 2시, B사와 C사는 3시와 4시에 각각 협회·정부를 따로 만나는 식”이라고 했다.
조선업 특성상 기밀이 많아 보안이 중요한 점도 공동 사업 논의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기술 유출은 물론 책임 소재까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 그런 예가 있었다.
2004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Liquified Natural Gas) 화물창 기술(KC-1)을 공동 개발했지만 이후 기술 결함(결빙 현상)이 드러나며 조선·해운사간 연쇄 소송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한화와 HD현대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개념설계도 등 기밀 유출 문제로 고소·고발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사 간 치열한 경쟁은 우리나라 조선업 발전의 비결”이라면서도 “어떻게 자재를 조달해서 쌓아두는지부터 공정을 어떤 공구로 얼마나 작업하는지까지가 회사마다 다르다. 군함은 물론 상선도 다 기밀이기 때문에 함께 프로젝트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그는 미국 조선업에서의 한미 협력을 재차 언급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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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별 대미 투자 전략도 다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직접 투자에 나서지만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현지 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진출을 추진한다. 한화와 HD현대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상선만 건조한다.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관계자는 “경쟁 관계인 조선 3사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포지셔닝도 다르기 때문에 다 모인 회의에서 실질적 얘기를 나눈다기보다 개별 접촉을 통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전체 규모가 1500억달러(약 220조62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규모가 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후까지 조선업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산업통상부 주도에 따라 각 사별로 공동 대응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서일원 기자(11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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