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서울 명일동 땅꺼짐 사고, 자연재해·인재 복합적으로 작용"(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조위, 고속도로 터널공사·노후관 관리 미흡 등이 간접 영향 판단

    국토부, 터널 공사 지반 조사 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안 마련

    연합뉴스

    "서울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원인은"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3 scoop@yna.co.kr


    (세종=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지난 3월 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지반침하(땅꺼짐) 사고는 자연재해와 인재(人災)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명일동 땅꺼짐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 1공구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던 사고 발생 지반에 3개의 불연속면(암반 등에서 물질 성질이 갑자기 바뀌는 경계면)이 교차해 만들어진 쐐기형 블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설계·시공 단계에서 '심층 풍화대'(지표면으로부터 깊은 곳에서도 풍화 작용을 강하게 받은 암반층) 불연속면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고의 간접 원인으로는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도 누수가 지목됐다.

    땅 꺼짐 발생지에서 28m 떨어진 지점은 2017년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터널 공사가 이뤄졌던 곳이다.

    2017년 1월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인근의 지하수위는 지표면으로부터 3.1∼6.9m였으나 2022년 1월에는 18.9∼25.5m까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고 현장 인근의 노후 하수관은 2022년 실태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균열·이음부 단차 등에 대한 보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지반 응력(물체가 외부 힘의 작용에 저항해 원형을 지키려는 힘)이 변화하고, 하수관 노후에 따른 누수로 지반 연약화가 가중된 것이다.

    사조위는 "심층풍화대 불연속면이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관 누수로 약해지며 미끄러졌고, 그 결과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작용해 터널 붕괴와 땅 꺼짐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25년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 앞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사조위는 대우건설이 9호선 연장 사업의 터널 굴착에 경제성이 높은 '나틈'(NATM) 공법이 아닌, 안정성이 높은 'TBM' 공법을 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통상 TBM 공법은 장비를 제작하는 기간과 비용으로 나틈 공법보다 공사비가 2∼3배 많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조위는 대우건설의 터널 굴착 시공 중 굴진면(땅을 파내는 지점의 표면) 측면 전개도 작성 의무 미준수와 지반 보강재 주입 공사 시방서 작성 미흡 등도 적발했다.

    박인준 사조위원장(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라며 "선진국에서는 도심지에서 나틈(NATM) 공법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조위 활동과 별개로 국토교통부·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특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지하 안전 관리 보완 사례 3건과 건설 안전 관리 미흡 사례 2건이 확인됐다.

    국토부와 서울청은 이에 대해 각각 서울시에 조치를 요청하고 시정 명령을 내려 조처 완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3 scoop@yna.co.kr


    국토부는 사조위 제안을 바탕으로 도심지 비개착(땅을 파지 않고 지하에 시설물을 설치·보수하는 공법) 터널 공사의 지반 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 터널 공사 때 지반 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권고하는 등 터널 공사 관련 지반 조사 기준을 강화했다.

    또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를 예방하기 위해 누적 수위 저하량 관련 조치 요령을 현재보다 세분화해 관리하도록 '지하 안전 평가서 표준 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다.

    굴착 공사 과정에서 지반 탐사 시기를 구체화해 지하 시설물 점검의 실효성도 제고한다.

    지하 개발 사업자는 공사장 인근 지하 시설물에 대해 굴착 전, 그리고 되메움 후 3개월 이내 지반탐사 실시를 매뉴얼에 규정한다.

    국토부는 지하 시설물 관리자가 지반 침하 위험도에 따라 소관 시설물 인근의 지반 탐사 주기를 단축하도록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도 개정하기로 했다.

    또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에서 터널 시공 시 상부에 상·하수관 등의 지하 시설물이 있으면 강화된 터널 보강 공법 적용을 권고하고, 굴진면 분석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온라인 평가 시스템 활성화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이달 중 국토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를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보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행정처분·수사 등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24일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매몰된 뒤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도로 함몰 직전에 해당 구간을 통과하던 차량의 40대 여성 운전자는 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2025년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 앞 도로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redfla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