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상 당뇨병 인구 533만명 시대
대한당뇨병학회, 검사·증상 포함한
'당뇨병 등급-단계 분류' 공식 발표
빠른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로 '당뇨병 대란'이 현실화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1~2022년 당뇨병을 가진 30세 이상 성인은 533만명으로 7명 중 1명에 달한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현행 분류체계상 일반적으로 합병증이 있으면 중증, 그렇지 않으면 경증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환자 개인마다 임상 특성이 다른데다, 이런 분류만으로는 당뇨병의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하기 쉽다는 점이다. 학계에서 당뇨병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처음 제시하게 된 배경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3일 서울대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중증 당뇨병'을 새롭게 정의하는 분류 체계를 공식 발표했다.
조영민 대한당뇨병학회 법제이사(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3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열린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 모색’ 심포지엄에서 중증 당뇨병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
학회는 이날 대사 이상 정도를 정량화한 '대사 등급'과 합병증의 누적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합병증 단계'를 함께 평가하도록 분류 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당뇨병 등급-단계 분류(Diabetes Grade-Stage Classification, DGSC)'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류 체계는 학회 중증당뇨병 TFT(Task Force Team) 연구진이 주도해 개발했으며, 국제학술지(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올해 발표됐다.
DGSC의 첫 번째 평가 기준인 대사 등급은 인슐린 분비 부족과 저항성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인슐린 분비 능력은 C-펩타이드 수치로, 인슐린 저항성은 하루 인슐린 사용량 등으로 평가해 1~4등급으로 구분한다. 1등급부터 순서대로 △생활 습관 교정이나 경구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초기 단계 △여러 약물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단계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중증 단계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거나 극심한 저항성이 나타나는 초중증 단계다. 4등급의 경우 당뇨병케토산증, 고삼투압성 혼수, 중증 저혈당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두 번째 기준인 '합병증 단계'는 병태생리 기반의 대사 등급을 보완하는 분류로 당뇨병으로 인한 심장, 신장, 눈, 신경 등 주요 장기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평가 대상에는 심혈관질환, 심부전, 만성신장질환, 당뇨병망막병증, 신경병증 등으로 총 4기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1기는 합병증은 없지만 고혈압, 비만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상태다. 2기는 검사에서만 발견되는 초기 합병증 상태이며 3기는 협심증, 신장 기능 저하, 시력 이상 등이 임상적으로 확인되는 단계다. 마지막 4기는 심근경색, 말기 신부전, 실명 등 생명을 위협하는 단계로 분류했다.
연구 책임자이자 발표를 맡은 조영민 법제이사(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학회 연구진은 당뇨병의 대사 등급과 합병증 단계를 바탕으로 '중증 당뇨병'은 3등급 이상 또는 3단계 이상으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인슐린 기능이 심하게 저하됐거나 장기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를 중증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3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열린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 모색’ 심포지엄에서 중증 당뇨병 기준이 발표된 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
차봉수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료진이 진료하지만, 어떤 경우부터 당뇨병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중증 당뇨병 분류 시스템에서는 대사 등급 3 이상 또는 합병증 단계 3 이상인 경우 중증으로 분류하고 당뇨병 전문가 진료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증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혈당이 지속해서 높거나 심한 저혈당이 반복될 때 △혈당 변동 폭이 매우 클 때 △망막병증, 신장병, 심장병이 빠르게 악화할 때는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다.
최성희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흔하다는 이유로 '가벼운' 만성질환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슐린 결핍이나 심혈관·신장·신경 손상 등에서 중증도 차이가 매우 큰, 이질적인 질환"이라면서 "새 분류체계는 당뇨병의 심각성을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DGSC 체계로 대사 기능 장애와 합병증 부담을 동시에 평가하면 환자 개인의 위험도에 따른 치료 전략 수립과 의료 자원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임상 검증과 정책적 통합이 뒷받침된다면 정밀 의학 발전과 합병증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회는 2025 당뇨병 진료지침을 발간해 표준 치료지침을 제시하고, 1형 당뇨병의 췌장 장애 인정을 통한 보장성 강화, 병원 내 혈당 관리실 근거 구축 등 환자 안전과 치료 최적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용호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심포지엄을 계기로 '중증 당뇨병'의 개념을 확립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면서 "학회가 앞장서 근거 중심 정책 제안과 임상 현장 개선을 통해 국가 당뇨병 관리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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