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표 “법인세 인상, 국제 경쟁력 저하 불가피”
소상공인 “내년까지만 영업, 경기 극악” 이대론 못해
한은, 소기업 2024년 영업이익률 1%대… 한계
국회, 2일 밤 ‘법인세1%p’ 인상안 통과 충격
한 폐업 제조업 공장 모습.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내수 침체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때리기와 경기 침체·고환율 지속이 불가피한 대외변수라면, 법인세 인상은 현 정부의 대내 정책변화 기조다. 그래서 중소기업들 사이서 퍼지는 아쉬움과 한숨은 더 깊다. 특히 제조업·내수 서비스업·자영업 등 전 업종이 복합 충격을 받는 상황에 불거진 법인세 인상인 탓에, 업계에서는 “잘 버티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라는 비관론마저 퍼진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169인, 반대 84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美 관세에 52시간까진 버텼는데”=수도권의 전기부품 수출 중소기업 이모 대표는 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OECD에서 이미 가장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도 법인세 인상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관세 문제 때문에 타격을 입었고, 52시간제 때문에 구인난도 심각한데 이번엔 법인세 인상이 난데없이 찾아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기업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같은 중견기업들의 법인세 증세 규모는 기본이 몇 억대가 될 것”이라며 “한해 벌어 한해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 미래를 대비할 여력이 없게 되는 셈이라 허탈함만 남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2억 원 이하 9% △2억~200억 원 이하 19% △200억~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의 누진 구조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구간별 세율이 1%포인트씩 오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간 18조원 규모의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3조원이 넘는 규모의 세금이 이번 법인세 인상으로 더 걷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9월 이같은 방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미국 관세 문제 등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타격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들이 겪는 실제 체감 ‘경영 난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종별로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자·배터리·철강·자동차부품·화학소재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입는 타격이 클 개연성이 있다. 한 중견 제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마진이 거의 사라졌는데, 관세까지 오르면서 일부 라인은 바로 적자”라며 “새 라인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고 말했다.
충북음성에서 건설기자재 납품을 하는 업체의 김모 대표는 “우리 회사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동(구리)을 많이 수입해서 쓰는데 환율 때문에 수입 원가가 급격히 올랐다. 입찰은 항상 최저가 낙찰제인데, 이러다보니 업체간 경쟁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는 입찰도 허다하다”면서 “그런데 여기에 법인세까지 올라버리면 사실상 기업을 운영하지 마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에게 법인세 인상이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극히 낮은 영업이익률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 대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2년 5.2%, 2023년 3.7%, 2024년 5.6%로 나타났다. 중기업 영업이익률은 2022년 4.5%, 2023년 4.1%, 2024년 3.9%였고, 소기업은 2022년 2.1%, 2023년 2.0%, 2024년 1.8%였다. 이를 종합하면 규모가 작을 수록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이는 결국 법인세 인상 등 외부 요인에 크게 경영이 흔들릴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폐업 안내문.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상공인 “이제 장사 접어요. 내년까지만”=소상공인들 역시 현 경제 상황이 어렵기만하다. 종로5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올라 벼락거지가 되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내년 중순까지만 장사하고 이제 그만 두려고 한다”며 “한 때 직원을 6명이나 두고도 넉넉히 먹고살만했는데, 지금은 정예 멤버 2명만 두고 일한다. 작년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씨와 비슷한 사례는 전국적인 양상이다. 대체로 불황 패턴은 같다. 코로나 이후 부채는 늘었고, 소비 여력은 뚜렷하게 줄었으며, 임대료·식자재·공과금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내수 기반이 취약해지는 구조다. 불황 국면이 길어지면서 일부 소상공인은 “장사를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KCD)·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자영업 매출은 업종별로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정체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은 지속적으로 올라 부담이 쌓였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재료비도 크게 뛰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중간 완제품을 마련해 되파는 업종들은 환율 변화가 곧바로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상반기 시행했던 소비쿠폰·지역화폐 확대 등 일시적 소비 진작 정책이 종료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다시 매출 빈곤 상태로 돌아갔다는 하소연을 내놓는다. 한 외식업 관계자는 “쿠폰이나 지역화폐가 있을 때는 손님이 늘었지만, 끝나자 바로 예전 매출로 떨어졌다”며 “반짝 효과가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이 직면한 위기를 단순한 경기순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진단한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내수 침체, 소비 진작책 종료, 고정비 증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버티는 힘 자체가 약해졌다는 해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환경에서 소상공인은 충격 흡수 능력이 대기업·중견기업보다 훨씬 약하다”며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경제와 내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