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말을 듣고서 옳다구나 했다. 그 알량한 심사란 일용할 글감을 하나 건졌다는 안도가 틀림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표현은 잘못됐다. 멘탈이 붕괴할(이하 붕괴하다로 통일) 수밖에 없죠, - 붕괴할 수밖에요, - 붕괴할밖에요 했어야 옳다. 붕괴는 하면 되지 굳이 될 필요는 없지만 붕괴하다 못지 않게 붕괴되다가 널리 쓰이는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자. 이 글은 '뿐'에만 주목할 뿐이다.
뿐은 명사를 포함한 체언 등의 뒤에 붙어 앞말이 유일함을 나타내는 조사다. <뿐이다> 꼴로 쓰여 다른 것은 없거나 아니고 오직 앞말만이 있거나 그러함을 나타낸다.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온종일 자식 걱정뿐이에요,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인가, 같은 쓰임이다. '이다'를 생략하고 연결문 형태로 말할 때도 쓴다.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 다른 것은 없다, 온종일 자식 걱정뿐 다른 걱정은 없어요,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 다른 것은 없나, 하는 식이다.
조사 '뿐'에 대한 사전의 정의 |
뿐의 쓰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로 '-뿐(만) 아니라' 꼴로 써서 앞말 말고도 다른 것이 더 있음을 보인다. 열공이의 대학 합격 소식에 그의 가족뿐(가족뿐만, 가족뿐만이) 아니라 이웃까지 기뻐했다, 말글이는 제1외국어인 영어뿐 아니라 제2외국어인 중국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하는 표현이 가능하다. 이들을 각각 이웃뿐 아니라 가족까지, 제2외국어뿐 아니라 제1외국어에도, 라고 하면 어색하다. 뿐의 뜻을 살리지 못한 쓰임이어서다. 뿐과 비슷한 뜻을 가진 조사로는 '만', '밖에'가 있다. 뿐은 이다, 아니다와만 어울리지만 [만]과 [밖에]는 그렇지 않다. 너밖에 없다와 같이 밖에는 부정문에 쓰이고, 다 잘하는데 노래만 못한다 / 웃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와 같이 만은 긍·부정문에 모두 쓰인다.
의존명사 '뿐'에 대한 사전의 정의 |
여기까지는 뿐이 조사로 쓰이는 경우에 관해서였다. 그 앞에 동사, 형용사, '이다'를 두고서 <-을 뿐> 꼴로 쓸 때의 뿐은 의존명사다. 잘 걸을 뿐 아니라 잘 달린다, 친절할 뿐 아니라 성실했다, 물리학자일 뿐 아니라 철학자이기도 했다처럼 쓴다. 띄어쓰기를 보라. 의존명사는 조사처럼 다른 말에 붙지 않고 거리를 둔 채 따로 선다. 돌고돌아 결국 왔다. "멘탈이 붕괴될 뿐이 없죠" 하는 비문을 의존명사 [뿐]을 써서 바로잡는다면? "멘탈이 붕괴할 뿐이죠"이다. 그렇다. 같은 낱말로 쓴 바른 문장은 오직 이것뿐이다. 그리 써야 할 뿐 달리 쓸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pp. 500-501. '뿐'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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