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는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의 메시지
'입구론:예방으로 가는 산업안전의 길' 출간
산업재해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오래된 질문은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사고를 정말 피할 수 없었던가."
30년 넘게 산업안전 최전선에서 일해온 공흥두 안전교육기관(대한창조안전원) 대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신간 '입구론: 예방으로 가는 산업안전의 길'에서 그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유일한 해법은 "사후 조치가 아닌 사전 차단"이라는 메시지를 또렷하게 건넨다.
대한민국 산업안전의 현주소를 다층적으로 짚어낸 책이 나왔다. 안전보건 분야 베테랑 경륜을 지닌 공흥두 안전교육기관 대표가 펴낸 신간 '입구론: 산업안전의 해법'은 산업재해를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교하게 풀어낸다.
그는 머리말에서 "사고는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언제부터 안전을 시작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같다"고 적었다.
공흥두 대한창조안전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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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표는 ROTC 장교 복무를 마친 뒤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해 창원·부산·경남 지역의 주요 사업장을 두루 관리하며 사고 원인 조사, 위험성평가, 감독행정, 자문 업무를 오랫동안 맡았다.
산업현장이 어떻게 사고로 이어지는지, 어떤 위험이 반복되고, 왜 같은 비극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오랜 경험 끝에 "산업안전은 결국 입구에서 시작된다"는 원칙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입구론'은 위험을 찾아내는 '입구'를 정의하고, 그 입구를 통제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공 대표는 "사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마지막 페이지일 뿐"이라며 "그 전 단계에서 이미 수십번의 신호가 나타나지만 우리는 그중 상당수를 놓친다"고 서술한다.
책은 총 3부 11장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산업안전의 개념과 국내 산업재해 구조를 간결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정리한다. 산업재해 통계의 흐름, 국내 산업안전 제도의 특징, 사고 조사의 구조적 한계를 다루며 "감독·보상 중심의 오랜 체계가 예방 행정을 약화시켰다"라고 지적한다.
2부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예방 시스템을 소개한다. 위험성평가 제도의 근본 취지, 공정안전관리(PSM)의 핵심 요소, 중소기업의 예방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략 등을 다뤘다.
그는 "중소기업은 안전할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지 못한 구조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3부에서는 안전문화, ESG 경영, 디지털 전환 등 산업안전의 미래를 조망한다. 특히 AI·IoT 기반의 예방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안전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책 곳곳엔 굵직한 재난사례도 등장한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까지. 저자는 "모든 대형 참사에는 반드시 사전에 경고가 있었다"고 말한다. 누락된 점검, 무시된 절차, 과도한 외주화, 위험의 외면 같은 균열이 입구에서 차단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공단에서 경남동부지사장, 부산광역본부장 등을 지내며 현장과 행정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감독과 지원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감독 행정도 예방을 중심에 둘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산업안전기사 취득, 서울대 행정대학원 공공리더십 과정 수료, 글로벌 기업 자문 수행 등 그의 경력이 책의 분석에 힘을 더한다. 현재 그는 안전교육기관인 대한창조안전원 대표이자 디지털 안전 솔루션 기업 마엇의 총괄고문으로 활동하며 기술 기반 안전 혁신에도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S-OIL·한화오션·GS건설·한화건설·동국씨엠·신화철강 등 글로벌 기업의 안전경영 분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여러 건설회사와 금속 화학업계 중견기업의 자문 및 고문으로 뛰고 있다. LH·한국환경공단·부산항만공사·국토정보공사·부산교통공사·경남신용정보재단 등 공공기관도 그의 손길에 도움받고 있다.
공흥두 저 입구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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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표는 서문에서 "안전은 규제나 의무 이전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루를 온전히 돌려보내기 위한 약속"이라고 적었다. 그는 "사고가 난 뒤에는 어떤 조치도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방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경쟁력"이라고 힘준다.
출판사 측은 이번 책이 현장 전문가뿐 아니라 기업 경영자, 공공기관 종사자, 정책 담당자, 일반 독자까지 폭넓게 읽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산업안전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면서도 서술은 담백하고 현장 사례와 구조적 분석이 균형을 갖춰 이해를 돕는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원인을 찾아 나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공흥두 대표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사고 이후의 복구가 아니라 사고 이전의 조기 차단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입구론'은 산업안전이라는 기술적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의 오래된 질문, "왜 우리는 반복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답을 풀어놓았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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