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악순환에 빠진 한국
면책뒤 또 개인파산 신청
이 중 87%가 50대 이상
자산형성 ‘부활’ 기회 없이
취약층 빈곤 고착화 가속
면책뒤 또 개인파산 신청
이 중 87%가 50대 이상
자산형성 ‘부활’ 기회 없이
취약층 빈곤 고착화 가속
지난 여름 서울 시내에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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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면책이나 개인회생 면책을 받은 이후에도 경제활동의 어려움으로 다시 파산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취약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들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과거 도산 절차 신청 경험 있는 채무자의 개인파산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인파산 면책 결정을 받았던 채무자가 다시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2019년 595건에서 2024년 1247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741건으로 집계됐다. 재파산 신청자 중 87%가 50대 이상이었다.
또 개인회생 면책 결정을 받았던 채무자가 다시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도 2019년 91건에서 2024년 355건으로 4배 급증했다. 올해 1~10월엔 239건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신청된 건수의 67.3%에 달했다. 이들 중 74%가 50대 이상이었다.
개인파산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개인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배당하고 남은 채무에 대해 면책을 받는 절차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기 어려울 때 법원이 채무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개인회생의 경우 3~5년간 일부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 개인회생법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 같은 채무 면책을 받고도 다시 파산 신청에 나서는 사람이 늘면서 빈곤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파산자 상당수가 5060으로 자산을 다시 복구할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산 원인도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 사건 통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파산 건수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파산 원인은 근로소득 감소가 47.66%로 1위를 차지했고,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가 44.17%로 2위였다. 도박·사치 등 낭비는 0.37%에 불과했다.
더욱이 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아 채무를 탕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파산선고=경제활동 불가능자’로 낙인찍히는 현실로 인해 재기가 힘든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개인회생법원에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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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자들은 법원의 면책 결정 후에도 공공정보에 면책 사실이 5년간 등록되기 때문에 개별 등록기관으로부터 대출 제한 등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은행 업무 중 일반 통장 개설이나 체크카드 발급 정도만 가능하고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은 어렵다.
실제로 은행연합회는 파산 면책자에게 ‘1201’이라는 코드번호를 부여한다. 이 코드가 부여된 사람은 5년간 서민금융 상품을 포함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신용카드도 발급되지 않는다. 파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근로 능력과 자산, 신용이 없다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산 전과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채무자회생법에는 파산자의 사회·경제적 복귀를 위해 차별을 방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무색하게 하는 수많은 차별적 법률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까지 이들은 내쳐지고 있다. 빚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훈 의원은 “이러한 재파산자 증가 추세는 가계 파탄뿐 아니라 중산층 붕괴, 소비 위축, 국가 복지 재정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빚의 악순환에 빠진 재파산자들의 경제적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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