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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의료기기 불공정거래 차단 움직임에…‘간납사’ 지분 정리 나서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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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기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2년 동안 특수관계인 지분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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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간접납품회사를 통한 의료기관의 독점거래 방식. 김선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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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병원 6곳을 운영하는 의료재단 이사장의 가족이 설립한 의료기기 간접납품회사인 A사는 지난해 판매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이는 의료재단 이사장과의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을 활용한 독점거래로 올린 수익이었다.

    병원계의 오랜 편법으로 지적돼 온 대형 병원의 간접납품회사(간납사)를 통한 불공정 거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형 병원들은 자회사였던 간납사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간납사는 의료기기나 치료재료 등을 병원에 납품할 때 수입·제조업체와 병원 사이에 개입하는 중간 납품업체를 말한다. 병원 요청에 따라 제조사로부터 물품을 대신 구매하고, 병원 대금을 받아 제조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간납사는 일종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구매 품목이 많은 대형 병원의 행정 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공정 거래가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립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임 이사장이나 재단 관계자 등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간납사를 통해 병원 물품을 구매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가격 결정이 왜곡되거나 특정 업체에 이익이 집중되는 등 실제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적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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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2025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선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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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방 상급종합병원 한 곳이 2024년 한 해 178억 원 규모의 의료기기를 구입하면서 이 가운데 99.9%를 단일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았고,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도 전체 2200억 원 규모의 의료기기 중 99.8%를 특정 도매상에서만 구매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독점 구조가 사실상 간납사 역할을 하며 병원 측에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정감사에서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간납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한 의료법인은 병원장과 배우자, 측근이 설립한 복수의 간납업체를 통해 간납사의 평균이익률(5.6%)의 4배 이상인 21~60%의 이익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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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병원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간납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남희 의원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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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나 치료재료의 대부분은 급여 품목이기 때문에 상한가가 정해져 있다”며 “간납사들은 싸게 매입한 뒤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붙여 병원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병원이 특수관계인을 통해 간납사를 설립해 거래를 진행하면 중간 이익까지 병원으로 간다”며 “건강보험 급여 제도를 활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납사와 관련된 불공정 거래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가 움직였다. 김선민·김남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의료기기 판매업자 또는 임대업자가 자신이나 특수관계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직접 또는 다른 판매업자를 통해 판매·임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특수관계인을 △개인의 경우 2촌 이내 친족 △법인의 임원과 그 2촌 이내 친족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총출연금·주식·지분 50% 초과 소유자 등) △법인의 임원 및 지배하는 자 △법인 또는 개인의 사용인(임원·직원·상업사용인·고용계약자 등) 등으로 규정했다.

    김선민 의원실 관계자는 “약사법에는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50% 이상 가진 도매상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이 있지만, 의료기기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다”며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병원계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뒤 오는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예기간 동안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회사들의 지분 구조를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에 병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법안 논의가 이뤄지던 지난 9월부터 연세대학교 학교 법인이 소유한 간납사인 ‘에비슨케어’의 주식 일부에 대한 매각에 나서겠다고 공고했다. 서울아산병원도 내년부터 특수관계인이 설립한 간납사와 거래할 예정이었지만, 통과된 법안의 취지에 맞게 자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간납사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이나 물품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재단 차원에서 자회사를 설립했다”며 “법안이 통과됐으니, 그 취지에 맞게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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