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재정 부담 때문
금리 낮은 단기 국채 발행 늘려
정부 이자 비용 급증 위험성↑
5일 하나증권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국채 발행 추세 변화'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부담 심화 속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단기채 중심으로 발행 구성을 바꾸고 있고 연기금 등 기관의 장기채 수요도 줄었기 때문에 장기채 발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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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단기채 중심 전환…MMF·연준이 완충 역할
미국 재무부는 11월 국채 발행 일정(QRA)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단기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미국의 순이자 비용은 국방비를 웃돌 만큼 급증했고, 관세 수입 증가에도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가 채 되지 않아 재정적자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채 공급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단기채의 주요 매수 주체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연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금이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MMF에는 이미 7조5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쌓여 있으며,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연준은 12월 1일 양적긴축(QT)을 종료한 뒤 만기 도래한 MBS와 기관채 회수분을 단기채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준의 국채 평균 만기(9년)는 시장 전체의 평균 만기(6년)에 점차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확대는 기초자산인 단기채 매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TBA(미 재무부 차입 자문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의 단기채 보유 규모가 2028년까지 1조 달러로 약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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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장기채 비중 2007년 이후 최저
영국 정부도 2025~2026 회계연도 기준으로 단기채 발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총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46억 파운드 늘어난 3,037억 파운드이며, 이 중 7년 미만 단기채가 156억 파운드, 7~15년 중기채가 124억 파운드 증가했다. 반면 15년 이상 장기채는 11억 파운드 감소했다(총 발행 증가분 맞추기 위해 미할당분(unallocated)이 225억 파운드 감소한 것처럼 처리). 이에 따라 단기채 비중은 35%에서 44%로 급등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장기금리가 높아진 데다, 연금 제도 변화로 장기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영국 예산책임처(OBR)에 따르면 연기금의 국채 보유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4~2025년의 29.5%에서 2070년대 초반에는 10.9%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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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년 만에 단기채 비중 확대 전환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내각의 추가 예산안을 반영해 올해 국채 발행 규모를 6.9조엔 늘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1년 미만의 단기채와 2~5년 만기의 중기채로 배정됐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채 발행 규모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 발행 구조는 2020년 이후의 장기채 중심 기조에서 중단기채 강화로 전환됐다. 단기채 비중은 23.5%에서 28.6%로, 중기채는 33.9%에서 35.6%로 확대된 반면 장기채는 33.6%에서 30.6%로 축소됐다. 현재 일본 국채의 평균 잔존 만기는 약 9.4년이다.
이자 부담에 더해 수요 감소도 장기채 발행을 회피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의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의 일본 초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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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이자비용 줄이지만 재융자 리스크 확대
각국 정부가 단기적 재정 운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허성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채 발행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이자 비용 절감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재융자 리스크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며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만기 연장 시 정부의 이자 비용도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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