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업 종합건설사 600곳 집계
건설 경기 침체에 자금 조달도 막혀
유동성 위기 기업 저리 자금 조달
적정 공사원가 반영해 공사 늘려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지역 건설사들에 대출해줬던 지방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동대구역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으로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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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지역 시공능력 4위 업체인 크로스건설은 지난 10월 대전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액도 1112억원에 달했지만 지방의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 회생까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구 동구 신암동에 소재한 주상복합 ‘동대구역 엘크루 더 센트럴’은 완공 후에도 56세대의 주택이 미분양으로 남아 올해에만 8차 공매가 진행됐다. 주택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금융사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회수를 위해 경·공매에 나선 상황이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올해 문을 닫는 폐업 종합건설사가 통계 이래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춤하는 듯했던 지방 미분양이 다시 급증하며 이를 버티지 못한 건설사들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이 아예 막혀버린 건설사들로선 저리의 자금 지원 등 미분양 타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폐업 건설사 600곳 육박…올해 사상 최대치 새로 쓸 듯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폐업신고를 한 전국 종합건설사는 전년 동기(548곳) 대비 6.7% 상승한 58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11개월을 기준으로 해당 통계(2005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문을 닫는 건설사가 계속 생기면서, 올 한 해 폐업 종합건설사 수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준 폐업 종합건설사는 4일 만에 15곳이 더 늘면서 총 600곳으로 집계됐다. 이 속도라면 지난해 1년간 폐업한 종합건설사 수(641곳)도 넘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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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방 건설사들은 시공능력 상위권 업체들까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 대저건설, 삼부토건, 벽산엔지니어링 등 9곳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개시했지만, 조기 회생에 성공한 곳은 신동아건설 한 곳뿐이다. 기존에 법정관리에 돌입한 건설사들이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는 동안, 대전의 크로스건설과 같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곳은 더 늘었다.
이처럼 지방 경기를 책임지던 건설사들이 무너지는 데는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 국토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호로 전월(6만6762호)대비 3.5% 증가했다. 이중 지방 미분양이 5만1518호로 그 비중이 74%에 달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세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 9월 처음 소폭 감소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환매조건부 매입이나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CR리츠)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는가 싶더니, 10월 다시 2만8080호를 기록하며 12년 9개월 만에 2만8000호를 넘겼다.
원인은 역시나 지방에 있었다. 충남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이달 2146호를 기록하며 전달(1393호) 대비 54.1% 증가했다. 제주도 역시 1965호로 지난 달(1635호) 대비 20.2% 급증했다.
건설사 괴롭히는 ‘악성 미분양’…전문가 “저리 자금 지원 방안 마련해야”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하는 악성 미분양은 고스란히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건설업 불황으로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한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분양만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22년 10월 분양을 진행한 충남 내포신도시의 1차 디에트르 에듀시티는 아직도 미분양 상태다. 완판까지 소수의 물량만 남아있다는 게 시공사 측 설명이지만, 해당 단지의 미수금으로 인해 시공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79.7%까지 치솟았다.
한 중견 건설사는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의 자금 조달 경로는 더 좁아졌다”며 “중견 건설사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고, 대형 건설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빚 투성이’ 건설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건설사(건설 외감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종합건설업체는 685개사로 2020년(459개사) 대비 49.2%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눠서 산출한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에는 전년 대비 더욱 악화한 수익률과 부실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2025년도에 수주 및 매출액 전망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양적 측면에서 건설경기 불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하도급 공사대금과 임금에 관하여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하며, 건설경기 반등을 위해 적정 공사원가를 반영한 공공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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