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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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요동을 치면 닭이 화를 낸다?! 얼핏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농가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닭이 먼저 알아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식탁에서 만나는 계란 한 판의 가격은 달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100% 국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계란값이 오르면 “닭이 줄었나?”,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인가?”만 떠올린다. 하지만 계란 가격을 결정짓는 진짜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사료값, 그리고 사료값을 결정하는 원·달러 환율이다.
한국은행·통계청 자료를 보면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계란·닭고기·우유 같은 축산물 생산비가 실제로 치솟는다. ‘달걀 값이 환율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닌 이유다.
실제 전문가들은 사료 가격이 100원 오르면 계란 1개 생산비가 약 14~15원(육성 비용까지 포함하면 17~18원) 늘어난다고 말한다. 여기에 환율이 100원만 변동돼도 계란 한 개당 36~38원씩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 판(30개)만 계산해도 순식간에 1000원 가량이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2022년을 떠올리면 이해가 더 쉽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던 시기, 계란 생산비는 전년 대비 50~60% 폭등했다. 소비자가 “왜 이렇게 비싸졌지?”라고 물을 때, 닭은 이미 “그건 달러 때문이야!”라고 울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계란값 상승이 단순히 ‘계란 한 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란값 상승은 식품 산업 전반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계란은 빵·과자·케이크·디저트 등 제과·제빵업계의 핵심 원재료다.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계란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공산품 가격이 즉각 반응한다. 제과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질 때마다 할인 행사가 줄어들고, 신제품 출시가 늦춰지는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외식업계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김밥집에서는 지단 대신 채 썬 계란이나 대체 재료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한식당에서는 기본 제공하던 계란 프라이를 슬그머니 없애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업장은 계란을 핵심 재료로 쓰는 메뉴 자체를 빼버리기도 한다. 계란 한 판의 가격 변동이 골목식당부터 프랜차이즈까지 메뉴 구성과 조리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다. 계란은 대표적인 ‘저가 단백질원’이자 장바구니 필수품이다 보니 가격이 오르면 가장 먼저 부담이 된다. 실제 장보기에서 느끼는 압박이 커지면서 다른 품목 구매를 줄이게 되고, 이는 다시 전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계란값이 오르는 것이 단지 특정 식품의 문제가 아니라 가계 전반의 소비 패턴과 체감경기를 흔드는 요인이 되는 이유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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