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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원자 한 개 바꿨을 뿐인데…인공 시냅스의 비휘발도 4배 개선한 차세대 소재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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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과 이은호 교수, 공동1저자 MIT 김진성 박사, 공동1저자 서울과기대 이동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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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동환, 이하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과 이은호 교수 연구팀이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공동연구진과 함께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기반 기술인 ‘인공 시냅스 소자’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 설계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복잡한 구조 변경이나 고난도 공정 없이 소재 내부 특정 위치에서 원자 하나만을 질소로 치환하는 단순한 분자 설계 전략을 통해 기억 유지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이다. 기존 반도체 소자는 이온이 소재 표면에만 머무르거나 쉽게 빠져나와 장기 기억 유지에 한계가 있었으나, 연구팀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최근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 향상은 알고리즘의 발전뿐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컴퓨터 시스템은 연산장치·메모리가 분리된 ‘폰노이만 구조’를 기반으로 해, AI가 요구하는 대규모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소모와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가 부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학습과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시냅스 소자의 성능은 AI 반도체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학습된 정보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는 실제 환경 AI 시스템 구현의 필수 조건이다.

    연구팀은 반도체 소재 내부의 특정 결합 부위에서 탄소(C) 원자를 질소(N)로 치환하면, 이온 간 반발력과 이동 경로가 구조적으로 재조정되며 소자 내부 깊숙한 영역까지 이온이 안정적으로 스며드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러한 원자 단위 미세 조정만으로도 이온 잔류 시간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냅스 소자의 비휘발성 특성(장기 기억 유지 능력)이 기존 대비 약 4배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복잡한 소재 구조 재설계 없이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소재 연구에서 실용적 가치가 매우 큰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또한 연구팀은 이온이 소재 내부에 더 오래 안정적으로 남는 현상이 소자의 전류 조절 방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학습 과정에서 신호 강도가 더욱 정확하고 선형적으로 조정됨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 간 신호가 반복될수록 연결 강도가 점진적으로 조절되는 생물학적 학습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새로 개발된 소재 기반 소자를 이용해 손글씨 숫자 이미지를 학습·분류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높은 인식 정확도를 확보하며 향상된 소자의 실질적 성능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요구되는 고효율·저전력 특성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원자 하나의 치환만으로 소자의 전자구조, 이온 이동 안정성, 기억 유지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향후 AI 반도체 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설계 원리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자 단위 조절 전략이 장기적으로 메모리 소자, 웨어러블 기기, 지능형 센서 등 다양한 전자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적 저명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되었으며(IF=19, JCR 상위 4.5%), 서울과기대·MIT·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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