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휴대전화 빼앗고 식사 제공 안 해
폭행에 쓰러지자 외면…시체 유기 가담
대법 "부작위 의한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타인의 생명이 위험한 것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시체유기, 살인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조리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전남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20t급 어선에서 선장의 잇단 가혹행위로 숨진 50대 선원 B씨의 폭행에 가담하거나 이를 묵인하고, 사체를 바다에 유기하는데 가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어선의 선장은 지난해 3월부터 선원으로 일한 B씨가 '일을 못히고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각종 공구로 마구 때리거나 어획물 등을 청소하는 호스로 바닷물을 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역시 피해자를 7회에 걸쳐 폭행하고, 선장의 극심한 폭력행위로 인해 쓰러져 있는 B씨를 목격하고도 이를 외면·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아 보관함으로써 B씨가 외부에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조리장으로서 선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식사를 주지 말라는 선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도 드러났다.
결국 지난해 4월 30일 B씨가 숨지자 이튿날 오전 A씨는 선장과 함께 시체를 유기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숨진 B씨가 쉽사리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시체를 쇠뭉치나 파이프가 담긴 어망에 묶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살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행위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식·예견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부족하단 이유였다.
이후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을 통해 A씨의 혐의가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로 변경됐고,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A씨에겐 선장의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해 스스로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피해자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선장으로부터의 질타 또는 신상에의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피해자의 사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갖고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1심보다 1년 늘어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