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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RAM 대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애플…언제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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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독자가 최근 RAM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을 것이다. 데스크톱, 노트북, 그래픽 카드, 스마트폰 등 사용자 기기용 DDR·GDDR·LPDDR 메모리 가격이 최근 몇 주 사이 크게 치솟았다. 여름과 비교해 50~100%나 상승했으며, 일부 고급 32GB DDR5 키트는 아마존에서 400달러까지 올라갔다.


    문제의 근본에는 역시 AI가 있다.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이 물·전력 수요 급증을 가져왔고, 기존에도 사용자 기기용 칩 공급망을 압박한 바 있다. 여기에 RAM이 새롭게 희생양이 되었다. AI 데이터센터는 DDR 메모리를 대량 소비하고,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하는 그래픽 처리 장치는 HBM이라는 다른 종류의 메모리를 사용한다. 제조사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이동시키고 있고, 그 결과 사용자 기기용 DDR 메모리가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져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에조차 RAM을 팔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이로 인해 PC 데스크톱과 노트북, 그래픽 카드, 다양한 사용자 제품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애플 제품은 아직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RAM 가격 폭등이 결국 아이폰과 맥 가격을 끌어올릴까? 상황은 복잡하다.


    애플의 공급 계약

    무엇보다 애플은 고정된 공급망을 갖춘 대규모 소비재 제조사다. 월 단위로 RAM을 구매하지 않고, 장기간 대규모 부품 계약을 체결한다. 덕분에 애플의 RAM 조달 가격은 아직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 달 또는 몇 년 전에 장기 공급 계약으로 가격을 고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이 공급 계약을 언제 체결하는지, 그리고 이번 RAM 가격 급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작년에 X에 게시된 씨티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17에 들어가는 DRA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공급했지만, 애플이 기종 출시마다 새 계약을 하는지, 또는 맥 칩에도 동일한 계약이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애플 프로세서의 통합 메모리는 칩에 직접 납땜되기 때문에 RAM 제조사나 모델을 확인할 수 있는 분해 자료도 없다.


    ITWorld

    M5 칩은 아이패드 프로에서 12GB, 맥북 프로에서 32GB까지 구성되지만, 이전 세대 대비 가격을 올린 적은 없다.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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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가능성은 애플이 향후 비용 상승 위험을 이유로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는 경우다. 항공사가 유가 급등을 이유로 티켓 가격을 올릴 때, 실제로는 장기 계약으로 연료비를 고정해 두었음에도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러 산업이 인플레이션과 관세를 핑계로 실제 비용 증가보다 훨씬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해 왔고, 비용이 안정돼도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문제다.


    즉, 애플이 당장은 RAM 비용을 더 지불하지 않고 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인상될 수 있고, 심지어 비용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다.


    애플의 높은 수익률

    역사적으로 RAM 가격 상승은 RAM 비중이 높은 저가 제품에 영향을 크게 준다. 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RAM이 원가의 10~15%를 차지하기 때문에 RAM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이익률이 거의 사라진다.


    반면, 애플 제품에서 RAM 비용은 대체로 전체 원가의 4% 수준으로 추정되며, 애플의 제품별 이익률은 대부분 20~30%, 고급 맥 제품군에서는 더 높다. 애플은 맥에서 추가 RAM 업그레이드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8GB 추가에 200달러가 붙는데, 실제로는 20달러 정도의 부품 원가다. 설령 RAM 원가가 두 배로 뛰어도 충분한 여유가 있다.


    물론 애플은 이익률을 매우 중시하고, 판매당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DRAM 가격 급등이 몇 달 또는 1년 정도 지속되더라도 애플이 손해를 볼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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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5 아이패드 프로는 12GB RAM을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가격은 네 자릿수대다.Britta O’B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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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안정적인 가격 정책

    애플 제품의 사용자 판매가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서는 환율 변동이나 세금 반영 문제로 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애플의 가격 정책은 매우 안정적이다.


    애플이 가격을 인상할 때는 보통 신제품 출시 시점에 이뤄진다. 예를 들어 애플은 부품 비용 상승을 이유로 아이폰 17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후속 모델인 아이폰 18이 출시될 때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외가 있었는데, 2002년 3월, G4 아이맥을 출시 두 달 만에 메모리와 LCD 패널 부품 비용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사례가 있다. 물론 당시의 애플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기업이었다.


    애플은 최근 고가 제품 여러 종류를 출시했다. 아이폰 17 시리즈(고가에 판매되는 아이폰 에어 포함), M5 맥북 프로, M5 아이패드 프로 등이 그것이다. 다음 주요 제품군은 더 높은 마진을 가진 M5 맥북 프로, M5 맥북 에어, 그리고 저가형 맥북이나 아이폰 17e와 같은 가치 지향 제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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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17e는 애플이 상승하는 메모리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제품군 중 하나로 꼽힌다.Alex Walker-To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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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차기 제품군은 고가·고마진 맥 제품과, 기존 제품보다 낮은 가격대에 배치해야 하는 가치 지향 제품이 혼합된 형태다. 현재 RAM 가격 급등 상황을 이유로 이런 제품들의 시작 가격을 높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애플이 가격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처럼 말하는 이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합리적인 추정에 따르면, 애플은 단기적으로 RAM 부족 사태를 이유로 가격을 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공급난이 2026년 가을 제품 출시 주기까지 이어진다면, 애플이 특정 모델의 가격을 인상해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고 전체 마진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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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in Hur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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