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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파리 1919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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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근대사를 뒤흔든 파리의 밀담들


    매경이코노미

    마거릿 맥밀런 지음/ 허승철 옮김/ 책과함께/ 5만5000원


    수천만의 목숨이 사라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후 처리를 위해 1919년 ‘파리 강화회의’가 열렸다.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취지로 시작된 회담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패배국인 독일에 대한 가혹한 처벌, 어정쩡한 식민지 뒤처리로 점철됐다. 결국 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한국인에게도 좋은 기억이 없는 회의다. 일제강점기 시절, 김규식 선생이 파리 강화회의에 참석해 일본 식민 지배의 부당함을 알렸지만, 열강들은 외면했다.

    혹평으로 점철된 파리 강화회의를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의 신작 ‘파리 1919’다. 저자는 강화회의 당시 파란만장한 파리의 6개월을 생생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그려낸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인물 개인사를 비롯, 회의 당사자가 직접 한 말을 정리해 이야기로 들려준다. 생생한 묘사로 이해도와 현장감을 높인다. 책은 ‘독일에 대한 가혹한 처벌로 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실패한 회담’으로만 알려진 파리 강화회의가 실제로는 얼마나 치열하고 다채로웠는지 상세히 묘사한다.

    파리 강화회의는 주로 1919년 6월, 베르사유에서 서명된 독일 조약을 만들어낸 것만 기억된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별개의 나라가 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그리고 불가리아, 오스만제국 같은 다른 패전국도 조약을 체결해야 했다. 유럽 중앙과 중동에 새로운 국경이 그려졌다. 국제연맹, 국제노동기구, 국제전신연맹과 같은 국제기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을뿐더러, 온갖 것들의 대변자들이 파리에 몰려와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주장했다. 여성 투표권, 흑인 인권, 노동헌장, 아일랜드 독립, 군비 축소 요구와 세계 모든 곳에서 청원과 청원자들이 파리에 모였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동시에 강화회의에서 다루어진 수많은 사안을 주로 큰 지역별로 묶어서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1부에서는 파리 강화회의 직전의 다양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세 거두(윌슨 미국 대통령, 클레망소 프랑스 총리, 로이드 조지 영국 총리)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고려된 절차와 장치 등에 대해 다룬다.

    3부부터는 지역별 사안을 촘촘하면서도 긴박하게 다룬다. 발칸반도(3부), 중동부 유럽(5부), 동북아시아(6부), 중동(7부) 순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1919년 회의 후 재편된 지역별 세계 질서가 현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히 소개한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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