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깊게…유통 공룡 이긴 전략
조 쿨롬·패티 시발레리 지음/ 이주영 옮김/ 더퀘스트/ 2만3000원 |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은 성장 둔화와 소비 양극화로 균열이 커져가는 중이다. 불황 속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는 저마다 비슷한 전략을 짰다.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자동화와 온라인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디에든 이단아는 있다. 미국 마트 체인 ‘트레이더 조’는 이러한 시대 흐름을 역주행하고도 성공을 거머쥐었다. 매장을 늘리지 않고도 미국 고객만족지수 1위와 높은 면적당 매출을 동시에 기록하며 대형 유통사와 격차를 벌렸다. 작은 마트가 어떻게 유통 공룡들을 이겼을까.
책은 트레이더 조 창업자 조 쿨롬과 작가 패티 시발레리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소매업 본질을 ‘상품을 사고파는 일’로 규정하며, 구조적 변동 속에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경로를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대형화·자동화로 수렴하는 유통 환경에서 트레이더 조는 반대로 움직였다. 차별적 상품 기획, 광고·할인에 의존하지 않는 브랜딩, 직원 중심 운영이라는 세 축이 구조적 경쟁력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월마트·코스트코가 공급망 효율과 저가 전략을 앞세웠다면 트레이더 조는 상품 가짓수(SKU)를 줄이고 ‘어디에도 없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코카콜라 같은 범용 상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식이다. 결과는 팬덤에 가까운 고객 충성도로 이어졌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버전 전환’이다. 시장 충격마다 브랜드 방향을 재정의한 세 가지 단계다. 세븐일레븐이라는 경쟁 브랜드 진입으로 위기를 맞이했을 때는 여행 경험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한 차별적 상품 전략(굿 타임 찰리)을, 경기 침체기에는 건강·건전성을 강조한 제품 포트폴리오(홀 어스 해리)를, 정책 변화로 매출이 흔들렸을 땐 PB 중심 구조(맥 더 나이프)라는 버전을 채택했다.
책은 인플레이션과 과잉 경쟁으로 압박받는 오늘날 한국 유통업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이 모두 SKU 확대와 온라인 가속에 몰리는 가운데, ‘작게·단순하게·깊게’라는 전략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브랜드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불필요한 확장 대신 고객이 사랑할 만한 소수 제품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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