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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연 예산만 1319억… '대통령 호위무사' 경호처는 아직도 공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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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구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것도 모자라 그를 비호하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야권 정치인들이 '경호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줄줄이 쏟아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12·3 비상계엄 후 1년이 지난 지금 경호처는 혁신에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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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대통령경호처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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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월 3일 오전 7시 18분. 공수처 수사관 30여명이 탄 차량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경찰 병력 120여명도 관저에 집결했다.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공수처는 관저 경내 진입엔 성공했지만 체포영장을 집행하진 못했다. 겹겹이 벽을 쌓은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 직원 200여명이 공수처를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 박종준 경호처장은 "관저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구역"이라고 주장하며 체포영장을 사실상 방해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2023년 9월 임명한 20번째 경호처장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당시)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박 처장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실패 이틀 후인 5일 카메라 앞에 직접 서서 이렇게 주장했다. "대통령경호처는 무작정 수사기관의 법집행을 방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 경호처장이 얼굴을 드러내고 대국민입장문을 발표한 건 1963년 경호처 창설 후 처음이었다. 박 처장은 대국민입장문을 발표한 지 5일 만인 1월 10일 사퇴했다.

    ■ 최고권력자 호위무사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 대통령을 경호처가 감싸고 돌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들은 "경호처가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했다"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보호하는 사병이 됐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때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좋았겠지만 경호처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에도 그를 비호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박 처장이 사임한 후 경호처 실세로 등극한 김성훈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며 끝까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참고: 경호처는 지난 7월 17일 김 차장을 직권남용 등의 사유로 파면했다. 징계위원 전원 일치 파면 결정이었다. 이 결정에 불복한 김 차장은 지난 8월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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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처장의 말처럼 경호처는 정말 '대통령'을 위한 기관일까. 그럴 리 없다. 경호처에도 어마어마한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재정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970억원이었던 경호처 예산은 지난해 1341억원으로 38.2% 증가했다.

    올해 예산은 이보다 3.7% 늘어난 1391억원에 달한다. 2022년과 비교하면 43.4% 증가한 수치인데, 이는 박근혜 정부(2013~20 17년·15.8%)와 문재인 정부(2017~2022년·6.2%)의 예산증가율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 계엄 1년 후 경호처 = 그렇다면 12·3 계엄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했던 경호처는 뭐가 좀 달라졌을까. 침묵으로 일관하던 경호처가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건 지난 11월이었다.


    11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병인 경호처 기획관리실장 직무대리는 "비상계엄 상황과 영장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가적 혼란과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안겨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낮은 경호를 실천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통령경호처로 거듭 태어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약속한다"고 밝혔다.

    조직쇄신에도 나섰다. 경호처는 이보다 앞선 4월 25일 '조직쇄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조직을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경호처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준법담당관 신설, 공정한 인사 시스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적 중립 의무의 법제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이 정도 쇄신책으로 경호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따져봐야 할 게 숱하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의 친위대 성격으로 운영되는 경호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3일 기준 6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경호처가 헌법과 법규에 반하는 사항을 지시·감독할 수 없게 하고, 내란죄나 외환죄로 영장이 발부된 대통령 등은 경호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공론화에 실패했다. 이를 규정한 법안 역시 5건이나 발의됐지만 소관위원회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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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 역시 살펴봐야 한다. 언급했듯 경호처 예산은 윤 정부 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도 2026년도 예산(1319억원)은 올해(1391억원)보다 5.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해인 2022년(971억원)보다 여전히 348억원이나 많다.

    조직의 고질적 문제는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12·3 계엄 때 경호처가 그랬다. 국민이 아닌 '최고권력자'를 위해 가동됐다. 지금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언제 또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에서 경호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며 말을 이었다. "경호처가 조직쇄신 등을 단행한 건 긍정적이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법을 정비해 잘못된 권력을 보호할 수 없게 만들어야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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