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 들어간 건물서 첫 행사
“협력 新시대” 생색에도 교전 여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폴 카가메(왼쪽) 르완다 대통령과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대통령 간 평화협정 체결을 중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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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명을 희생시키며 30여 년간 싸워 온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르완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 양국 국경이 평화로워지기에는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들러리 억지 화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과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불러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인근 싱크탱크 건물로 이들을 데려가 평화 협정문에 서명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분쟁 중 하나를 끝내는 역사적 합의”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간의 폭력과 유혈 사태를 멈추고 민주콩고와 르완다 사이에 조화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협정’으로 명명된 이번 협정에는 △영구 휴전 △비국가 무장 세력 무장 해제 △난민 귀환 △잔혹 행위자 책임 추궁 등이 내용으로 담긴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쇼 성격이 강한 세리머니였다. 조인식이 치러진 장소가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였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상가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며 국무부가 미국평화연구소(USPI) 건물의 이름을 바꾼 게 바로 전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전 “평화를 위한 이 건물의 첫 사용이라는 점에서 오늘 행사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인 5일에는 워싱턴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과 더불어 이번에 신설된 ‘FIFA 평화상’의 첫 시상식도 예정돼 있었다. 이날 협정 체결은 수상 명분이 될 수 있는 이벤트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염불보다 잿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르완다 간 평화협정을 중재하며 연설하고 있다. 이를 폴 카가메(가운데) 르완다 대통령과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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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화해 중재 행보를 추동하는 힘이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열망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그는 이날 “(내 취임 뒤) 1년도 안 돼 우리가 끝낸 여덟 번째 전쟁”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희토류 같은 자원도 탐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콩고 및 르완다와 핵심 광물 협력을 위한 별도 양자 협정을 각각 체결했다. 그는 “미국 대기업을 두 나라에 보내 희토류 등 자원을 채굴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면 모두가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는 여전히 멀다. 1990년대 이후 추정 사망자가 600만 명에 이르는 콩고 동부 무력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주콩고의 최대 반군 조직인 M23은 동부 접경국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다. 민주콩고가 뒷배인 FDLR 민병대는 접경에서 르완다를 위협한다. 이번 주에도 양국 대리 세력 간 교전이 벌어졌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상대를 비난하기에 바빴던 양국 정상이 실제로는 서로를 좋아한다고 우겼지만, 민주콩고 대통령 치세케디는 르완다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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