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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하노이·하이퐁·빈옌 나흘 여행기 - 북베트남 골프와미슐랭 맛집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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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문턱에도 포근한 공기가 섞여 있는 북베트남의 잔잔한 바람 속 라운드와 환상적인 미슐랭 맛집에 빠져들었던 시간을 기록하다.

    매일경제

    빈펄 하이퐁CC 티잉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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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에서 맞은 늦가을은 공기부터 달랐다. 지난 10월 말 아침 일찍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 시간 점심 무렵 하노이에 도착하니 오후의 열기는 한풀 꺾여 은근한 습기만을 머금고 있었다. 이번 나흘간 이어질 여행의 테마는 골프와 미식, 이름하여 ‘고슐랭(골프+미슐랭) 투어’. 하노이·하이퐁·빈옌 등지를 두루 다니면서 풍광과 가성비 좋은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고 미슐랭 스타 식당들을 탐방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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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드밸리CC의 시그니처 홀 중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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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베트남 습지의 결을 담아낸 ‘빈펄 하이퐁CC’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빠져나와 향한 첫 목적지는 하이퐁. 도시 외곽으로 이어진 길가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와 낮게 흐르는 구름이 베트남의 여유를 전해준다. 한국보다 약간 눅눅하지만 포근한 공기, 우기가 지났지만 간헐적으로 비가 스치는 회색빛 하늘이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를 드러냈다.

    시내로 들어서 콴안응온이라는 베트남식 맛집에서 반쎄오·넴·짜조 등으로 베트남에서의 첫 끼를 채웠다. 차량으로 1시간 여를 달려 멜리아 빈펄 하이퐁 리베라 호텔에 도착해 창문을 여니 탁 트인 강변 바람이 본격적인 고슐랭 투어의 시작을 일깨웠다.

    호텔은 5성급답게 객실 컨디션이 안정적이었다. 스파와 수영장이 잘 정비되어 있어 라운드를 앞두고 몸을 풀기에 좋았다. 저녁 무렵 찾은 반까오 거리의 한인타운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한국식 간판이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풍겼다. 장군집에서 푸짐한 조개찜으로 일행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본격 라운딩에 앞서 알코올로 전초전의 의지를 다졌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달려간 빈펄 하이퐁CC에서의 첫 라운딩. 잔잔한 바람과 싱싱한 잔디 덕분에 필드의 감각은 예상보다 훨씬 생생했다. 습지와 호수를 엮어 만든 코스는 ‘북부 베트남 습지의 결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표현할 만하다.

    초반 몇 홀은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물결처럼 이어지는 러프와 바람의 방향이 미묘하게 변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잔디 상태는 예상보다 괜찮았다.

    전날 비가 내려 잔디가 눅눅해 보였지만 배수력이 좋은 편이어서 페어웨이가 단단해 볼이 예상보다 덜 박혔고 그린도 빨랐다. 코스 자체는 비교적 무난하게 짜여 인상적이라 하긴 어렵지만 중간 이상의 평점을 줄 만했다. 코스 뒤편으로 이어지는 리조트 단지가 골프장의 규모를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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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하노이 미슐랭 레스토랑 우담짜이. (아래) 하노이 미슐랭 레스토랑 룩락.


    극적인 지형미의 압도적 풍경 ‘레전드밸리CC’

    이번 고슐랭 투어의 백미는 두 번째로 라운딩이 잡힌 레전드밸리CC였다. 이름 그대로 전설과 같은 드라마틱한 지형미를 갖춘 곳이다. 자연석이 그대로 드러나는 골짜기와 구릉, 물결치는 듯한 페어웨이가 잘 어우러져 첫 티에 서는 순간 압도적 풍경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자연지형을 거의 손대지 않고 설계해서 ‘구릉·연못·바위산’이 한 화면에 담긴 독특한 장면을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하필 이날 라운드를 시작할 때부터 빗방울이 제법 떨어져 아쉬웠다. 홀을 도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그린은 빗속에서도 빠른 편이었다. 바람의 방향도 사뭇 거칠었지만 코스 위의 공기는 고요했고, 비로 적셔진 그린은 오히려 볼의 스핀을 받아들이기 적당한 상태가 된 듯했다. 동반자 모두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최고의 라운딩이 되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라운드는 골프텔에서 숙박을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몇 분도 채 걸리지 않는 구장에서 샷을 하다 보니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두 번째 라운드를 끝낸 뒤 차량 편으로 하노이 시내로 이동하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기찻길 카페에서 울리는 철로의 진동, 호안끼엠 호수의 고요함, 점심과 저녁에 맛본 하노이 미슐랭 레스토랑의 향신료에서 맡은 향은북베트남의 도시적 매력과 전통적 감성의 공존을 체감케 했다. 베트남 전통 미식의 깊이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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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미슐랭 레스토랑 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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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탄란CC의 페어웨이와 그린. (아래) 탄란CC의 시그니처 파3 아일랜드 홀.


    자연미 가득한 호수 끼고 몽환적 라운드 ‘탄란CC’

    하노이를 떠나 북쪽으로 올라간 빈옌은 또 다른 매력 덩어리였다. 하노이 북부에서 가장 차분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주변을 둘러싼 산들의 장대한 능선을 바라보며 골프장과 호텔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특히 라운드를 위해 찾은 탄란CC가 감탄스러웠다. 골퍼가 아니더라도 걸음을 멈추게 만들 만한 필드가 숨어 있어서다. 인위적 조경을 배제해 진한 생명력을 느끼게 만드는 데다 넓은 호수를 끼고 해발 1000m 높이에 조성한 골프코스는 이번 고슐랭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할 곳으로 딱이었다.

    안개가 살짝 감도는 고지대에서 시작된 라운드는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링크스 스타일에 계곡과 호수가 어우러져 홀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그래서인지 샷 중간에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동반자들이 많았다. 특정 홀은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는 시간’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단차 큰 스코틀랜드식 벙커는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지만 그만큼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호수의 바람을 뚫고 공략해야 하는 파3 아일랜드 홀은 온그린과 무관하게 샷을 날리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나흘 일정의 골프와 미식을 곁들인 북베트남 ‘고슐랭 투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도시와 자연, 운동과 음식, 분주함 가운데서의 쉼을 잘 버무린 깊고 담백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돌아본 골프코스들은 각기 독특한 표정을 갖고 있었고 10월 말의 적당한 기온과 분위기, 약간의 비까지 오히려 ‘현장 냄새’를 더 진하게 만들어줬다.

    ‘고슐랭 투어’ 상품을 내놓은 곳은 대원투어다. 미식에 진심인 골프여행 전문가 소훈섭 대표가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신개념 럭셔리 프로그램으로 야심차게 기획했다. 여행객의 요구에 맞춰 탄력적으로 일정 조정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지만 베트남으로 날아가 가을길을 따라 걷듯 필드를 걸으며 자신만의 샷과 맛, 풍경을 마음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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