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윤' 윤한홍 "李 비판 자격 있나"
소장파 의원들도 공감 표하며 집단 움직임
장동혁 강성 행보에 쇄신 요구 더 커지나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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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5일 이재명 정부 취임 6개월을 평가하겠다고 마련한 자리가 '장동혁 성토장'으로 전락했다. 앞서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소장파 25명이 12·3 불법 계엄 사과 성명으로 장 대표를 공개 압박에 나선 데 이어 이날은 '원조 윤핵관'으로 꼽힌 윤한홍 의원이 등판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장 대표를 직격했다.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불법 계엄을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당이 바로 서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린 것이다. 영남권 친윤 중진 의원의 공개 비판에 소장파 의원들 다수가 공감을 표하면서, 장 대표 리더십을 향한 쇄신 요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 취임 6개월을 성토하겠다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정작 공격의 대상이 된 사람은 장 대표였다. 윤한홍 의원은 장 대표 면전에서 작심한듯 "우리가 (이재명 정권을) 비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 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당이 먼저 성찰과 쇄신의 메시지를 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고언이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연 윤 의원이 예상과 달리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총구를 돌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발언 내내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고개를 푹 숙인채 연신 머리를 감쌌다.
윤 의원 발언 이후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의원의 발언 전문을 공유하며 "윤 의원의 인식과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고 가세했다. 해당 메시지엔 이성권, 김재섭, 이상휘 의원 등 소장파 멤버들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도 "우리가 변해야 선거에도 이기고 나라도 바로 세울 수 있다"(권영진 의원), "지금 지도부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지도부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김용태 의원) 등 일침이 쏟아졌다. 장 대표를 향한 쇄신 요구가 릴레이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집단 반발 목소리가 불 붙는데는 강경 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장 대표로 인해 대여 공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이러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폭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중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국민의힘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준강제추행 혐의나 인사청탁 의혹 등을 두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성 지지층만 챙기며 보수의 '4번 타자'가 되겠다는 장 대표를 향해 "당 기호를 4번으로 만들거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한 재선의원은 "대여투쟁이 효과가 없는 것을 떠나서 (장 대표의 행보가) 부동산 대책, 사법개혁 등 모든 이슈를 뛰어넘고 있다"며 "안그래도 지방선거 대패 분위기가 팽배한데, 윤 의원의 발언이 일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중진의원 일부를 찾아가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며 "중도층도 신경쓰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를 향한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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