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10년 전보다 낮아..."개발 지연 리스크 반영"
SH, 토지 보상비 재산정에 공사채 발행 부담
일반 매각도 불투명..."살사람 없어서 매물도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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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 4구역의 토지 30%를 보유한 한호건설이 전량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나 일반 매각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SH가 시행자로서 토지 수용 방식으로 매수할 수 있지만, 공사채 발행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크고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쉽지 않아 사업 추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 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세운 4구역 표준지 중 한 곳인 종로구 예지동 178번지의 공시지가는 평(3.3m⊃2;)당 약 6032만원으로 추산된다. 3년 전인 2022년 6501만원 보다 오히려 줄었다. 10년 전(2015년) 당시 6138만원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SH는 토지 수용 방식을 포함해 한호건설의 토지 매입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토지 수용 보상비는 공시지가와 감정평가금액을 바탕으로 계산한다. 한호건설은 지난 1일 SH에 세운4구역에서 매입했던 토지 950평(3135.8㎡)을 전부 매입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이에 SH는 "다각도로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고민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시행자는 토지 수용에 관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SH는 세운 4구역에서 전체 필지 면적의 60%가량 토지를 수용했다.
다만 수용에 대한 재결을 신청하려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할 때 정한 사업시행기간 내에 해야 한다. 세운 4구역은 2018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지난해 8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다시 받았다. 이에 따라 토지 수용에 대한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한 현장에서도 SH의 토지 수용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상인은 "몇몇 토지주들이 서울시에 먼저 수용을 청원한 게 지난 4월이다. 지난 8월 서울시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이후 SH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비는 감정평가액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당시 SH가 세운 4구역 현금청산 대상자들에게 제시한 토지감정가는 공시지가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반발을 산 바 있다. 2004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지지부진했던 상황이 토지값에 리스크로 반영된 것이다. SH로서는 보상비를 다시 산정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다.
한호건설은 "아직 토지 매입비는 예상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SH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운4구역주민대표회의 관계자들과 토지주들이 세운지구 일대 건물에 붙인 현수막에 "선정릉은 문제없고 종묘는 안 되는가"라고 적혀있다. [사진=하주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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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매입비가 결정되더라도 공사채 발행 등 조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SH 올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구룡마을, 백사마을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반기에만 공사채로 1조1800억원을 조달했다. 하반기에는 1조2900억원을 공사채로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SH의 부채는 올해 22조원, 내년 27조원, 2027년에는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호건설은 SH 매각이 어려우면 일반(민간) 매각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4구역은 재개발을 해도 이익이 뚜렷하지 않은데 논란까지 겹쳐서 살 사람 없어서 매물이 없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종묘 경관 보존 이슈, 공사비 상승, 사업 지연 등 여러 리스크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운 2구역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의 박모 씨는 "토지 소유자들이 20년 가까이 버틴 데다가, 재개발해도 살 사람이 없으니까 매물이 잘 없다. 4구역 매물은 한두 개뿐이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백소희·하주언 기자 shinebae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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