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노후화된 항공기 부품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신규 항공기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이 같은 흐름에서 수혜를 한 몸에 받는 회사가 서학개미 눈길을 끈다.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사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다. 여기에 전력 수요 확대 수혜까지 누린다. 올해만 주가가 80% 이상 올랐지만, 월가에서는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본다.
전 세계적인 신규 항공기 공급 부족 현상으로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가 수혜를 한 몸에 받았다는 평가다. 사진은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주요 고객 중 하나인 보잉의 B737 MAX. (보잉코리아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어버스·보잉, 기종 증산
가스터빈 부문 매출 ‘쑥’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 2020년 미국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에서 분사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블레이드·링·에어포일 등 항공기와 군용기 엔진에 필요한 부품과 볼트·너트·인서트·리벳·래치·피팅 등 고정 장치를 주로 제조한다. 항공기 날개와 착륙 장치 등에 사용되는 구조 부품과 대형 트럭이나 버스용 단조 알루미늄 휠도 만든다.
엔진 부품은 회사 매출 절반을 담당하는 주력 분야다. 기체 경량화와 안전성, 연료 효율성에 영향을 준다. 회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주요 고객사는 항공기 엔진 기업이다. CFM인터내셔널, GE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드휘트니(P&W), 롤스로이스가 대표적이다. 보잉, 에어버스, 록히드마틴 등 항공기 제조사와 방산 업체도 고객으로 둔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항공기 부품 교체 수요가 확대되며 수혜를 한 몸에 받았다. 2020년대 전 세계적으로 신규 항공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보잉 737 MAX 추락 사고와 팬데믹 시기가 겹치며 항공기 공급망이 붕괴된 영향이다. 최근까지 신규 항공기 인도량은 여전히 2018년 수준을 밑돈다. 이에 따라 기존 항공기 내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중이다.
항공기 외 부문도 성과가 좋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는 자동차나 풍력 터빈, 태양광 발전용 제품 또한 생산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용처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며 산업용 가스터빈(IGT)에 들어가는 에어포일 공급이 급증했다. 대형 가스터빈을 제조하는 GE버노바, 미쓰비시중공업, 지멘스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중형 가스터빈 제조사 캐터필라 역시 고객사 중 하나다.
이처럼 항공기 부품 교체 수요가 확대된 데다, 가스터빈 부품을 찾는 고객사까지 늘며 회사는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낸다. 올 3분기 매출은 20억8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시장 추정치(20억4100만달러)를 웃돈다. 영업이익 역시 5억4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순이익은 3억85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6% 성장했다. 3분기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과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6억1400만달러, 0.9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6%, 34%씩 늘었다. 시장 추정치와 비교하면 4%씩 높다.
올해만 주가 86% 올라
23% 더 오른다는 월가
11월 25일 종가(204달러) 기준,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 들어 86%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같은 기간 15%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성과다. 가파른 상승 곡선은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다고 내다본다.
낙관적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당분간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정보 분석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내년 매출은 91억800만달러로 추정된다. 올해보다 11%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2027년 역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역시 내년 24억5600만달러, 2027년 28억400만달러로 10% 중반대 성장세를 잇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어버스와 보잉 등 항공기 제조사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6~2027년 에어버스와 보잉은 항공기 생산량을 전년 대비 15%씩 늘릴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주력 기체인 A320·A350과 B737 MAX·B787 월간 생산량을 높여나가는 중이다. 올해만 해도 보잉은 B737 MAX 생산량을 월간 38대에서 42대로 높였다. 6개월 뒤에는 월간 47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항공기 생산량이 많아지면 제조사로 향하는 부품 공급은 덩달아 증가한다. 이주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까지 글로벌 신규 항공기 인도량이 2018년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2027년 이후에도 신규 항공기 수요가 이어져 인도량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애프터마켓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비행기나 산업용 가스터빈 장비는 한 번 사면 끝이 아니라, 운영하는 내내 교체해야 한다. 즉, 지속적인 유지·보수·운영(MRO)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때 부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이 애프터마켓이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매출에서 애프터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11%에서 최근 20%까지 높아졌다. 애프터마켓이 고마진 사업이라는 점에서 비중 확대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월가 역시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를 향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기대치를 높여 잡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1월 14일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기존 215달러에서 250달러로 16% 상향 조정했다. 당일 기준 월가에서 가장 높은 목표주가다. 11월 25일 종가와 비교해 약 23% 높다. 그만큼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부문별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번스타인 또한 11월 17일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기존 217달러에서 241달러로 높였다. 방산 분야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11월 24일 기준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평균 목표주가는 227달러로 형성됐다.
최근 증시 조정으로 주가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AI 거품론 확산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로 S&P500지수는 11월 1일부터 25일까지 1%가량 하락했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주가 역시 이 기간 1% 내렸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가격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업용 항공기 생산 회복으로 이익 증가율이 올라가면서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까지 높아졌다”며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PER 40배 초반에서 추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는 경쟁사 실적 발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제조사 GE에어로스페이스와 가스터빈 기업 GE버노바보다 실적을 늦게 발표한다. 두 기업 실적과 수주 증가율을 바탕으로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실적과 성장 지속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단, 항공기 기자재 관련 업체의 파업 가능성은 투자자가 주의할 대목이다. 제품 공급이 그만큼 지연될 수 있어서다. 올해 보잉은 방산 부문 노동조합과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3개월 이상 파업이 지속됐다.
고객사 신제품 공개 일정과 스펙도 중요하다. 하우멧에어로스페이스 고객 중 하나인 P&W는 내년 기어드 터보팬(GTF) 개량형 엔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신제품 수율이 관련 부품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