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하정우·이하늬·공효진·김동욱 빛나는 케미
"욕심 내려놔… 흥행 부담? 오히려 덤덤하다"
감독 하정우가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로 돌아왔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출하면서 안 풀린 부분? 크게 없었어요. 있었다면 어떻게든 풀었을 거예요. 최선을 다했습니다."
감독 하정우가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로 돌아왔다. 전작 '로비' 이후 8개월 만이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9금 층간소음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하정우 특유의 말맛을 더한 작품으로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겼다. 107분의 러닝타임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편을 건드리는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개봉을 앞두고 열린 '윗집 사람들' 패밀리시사회에서 만난 하정우는 덤덤하지만 진지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설렘이 읽혔다. 영화는 관객과 만나야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하정우는 관객과의 만남을 담담하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개봉 소감을 묻자 "정식 개봉에 앞서 블라인드 시사와 영화제 공개를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일단 반응이 좋아서 천만다행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안정감이다. 폭발적인 반응도 좋지만 영화에 담긴 드라마가 관객에게 잘 가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예리한 관찰력과 불편한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감각을 더해 재구성했다. 19금 층간소음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네 사람의 숨겨진 욕망, 비밀, 진심을 드러낸다. 이전엔 보기 어려웠던 결의 영화다. 공간 변화도 적다. 저녁 식사가 진행되는 아랫집의 거실과 방을 오가는 정도가 전부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구조지만 대화의 흐름에 따라 구분된 챕터가 장면 전환을 대신하며 극의 템포를 유지한다.
"누군가는 단조롭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연출자로서는 세트 촬영이 큰 도움이 됐어요. 시나리오 흐름에 맞춰 순서대로 촬영하다 보니 이어지는 장면이 어색하면 바로 수정할 수 있었죠. 덕분에 감정의 축적을 후반부에 효과적으로 터뜨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았죠."
"캐스팅 1번은 공효진,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든든한 배우들이 힘을 더했다. 이하늬, 공효진, 김동욱이 함께한 이번 작품은 네 배우가 각자의 호흡과 리듬으로 완성해낸 농축된 연기의 향연이다. 아랫집 부부를 연기한 공효진과 김동욱은 현실적인 갈등과 감정을 날것으로 드러냈고, 윗집 부부로 분한 하정우와 이하늬는 모든 감정의 중심을 파고든다. 아랫집 부부가 현실적인 감각을 지녔다면 윗집 부부는 이질적 결을 띠고 있으며 두 부부의 대비가 파장을 만들어낸다.
"정아 역은 무조건 공효진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설득이 필요했죠. 절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이번 작품으로 상까지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웃음). 수경 역도 이하늬 배우만이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우아함, 코미디 템포에 대한 감각, 그리고 보이스 컬러까지 심리상담사의 느낌을 살리기에 완벽했죠."
이하늬는 촬영 직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지만 촬영 진행에 지장을 줄까 중반까지 비밀로 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이하늬의 임신 소식은 비상이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공효진 배우를 통해 소식을 들었어요. 초반에 아크로 요가 장면을 아무 말 없이 소화했는데 정말 몰랐어요. 이하늬 배우가 밝히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을 거라 판단해 핵심 스태프에게만 공유했어요. 촬영장은 무균실 수준으로 관리했고 주기적 환기와 금연 구역까지 철저히 지정했어요.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효진은 "하정우 감독은 할 거니? 할 거야?’ 같은 어미 하나에도 3일 밤새 고민하는 사람이다.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그의 집요함을 설명했다. 하정우는 특히 후반부 챕터 5에서 정아와 현수가 주고받는 대사를 수천 번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부부 상담 사례를 참고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으로 다듬었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정아의 집은 공효진의 실제 취향을 반영해 설정을 설계했고, 인테리어 역시 그녀가 선택했을 법한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엔딩에서 흐르는 자즈의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는 처음부터 정해둔 곡이에요. 엔딩 무드에 이만한 곡이 없었죠. 저작권료가 배우 개런티만큼이라 당황했지만 대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 연출료를 줄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회차를 늘리지 않는 조건으로 사용했어요. 미술 역시 공효진과 정아의 취향을 반영했고 미대 강사라는 설정에 맞춰 과감한 색을 사용했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지만 낭만과 예술적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윗집 사람들'은 유머와 함께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하정우는 "살다 보면 부부·연인·친구 관계에서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지레짐작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부분을 일깨우고 싶었다. 코믹한 상황에서 뻗어나오는 드라마의 힘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3전 4기' 하정우, 욕심을 내려놓자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떠올랐다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들은 흥행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많았다. 하정우의 연출작들은 뚜렷한 색깔만큼 호불호도 강했다. 그럼에도 그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를 움직이는 동력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 감독이 꿈이었어요. '롤러코스터'를 찍을 땐 첫 작품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둔 시기였고 이어 '허삼관'을 연출할 기회가 찾아왔죠. 결과와 상관없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뭘 이루고 싶은지는 여전히 명확하진 않지만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12년 동안 완성한 작품은 네 편. 네 번째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의 연출력이 한층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욕심을 내려놓았고, 다른 면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여보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사람이 많아지면 속마음이 흐려질 때가 있는데 욕심을 덜어내니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보이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부분도 있어요. 이 영화가 가진 감정이었죠.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면 어떤 감정이 터질지 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스태프와 끝까지 작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번 작품이 제 베스트예요."
'윗집 사람들'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