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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러 협상중 공세 강화…'풍전등화' 우크라 포크로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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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유리한 위치 노린 전략 지속…진격속도 급격히 높여

    "사방팔방 끝도 없이 전선 갉아먹으며 우크라군 교란"

    연합뉴스

    포크로우크스 인근에서 전사한 병사의 어머니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이자 군사·병참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가 함락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했다며 도심 광장에 러시아 국기를 게양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우크라이나군은 시가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바로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포크로우스크가 아직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함락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일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러시아군의 강한 진격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상법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에밀 카스테헬미 핀란드 블랙버드그룹 군사 분석가는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게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항복해야만 하는 시점은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계속 요구해도 되겠다고 생각할 만큼 우크라이나는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도네츠크주 전체 점령을 목표로 한 러시아의 여름 공세는 제한적인 성과에 그쳤지만, 가을 들어서는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AFP 통신이 미국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러시아가 점령한 면적은 701㎢로 지난 1년간 최대였다.

    포크로우스크는 함락 직전이며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간에 걸쳐 인근 미르노흐라드를 거의 포위했고 남쪽 자포리자주에서도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 이호르는 "9월께부터 우리 쪽 상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피로로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끝도 없이 사방팔방으로 드론과 활공 폭탄, 폭탄, 보병을 보내며 우크라이나 전선을 갉아 먹고 있다. 특히 포크로우스크 전투가 이같은 전세 및 전쟁 양상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점령을 주장하며 2일 게시한 영상 속 포크로우스크. 안개가 우크라군의 방어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스테헬미 분석가는 "탈기계화전 현상이 있고 전선이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2년 전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와 같이 기존에는 러시아 병력이 도시를 포위하고 주력전차와 보병 부대가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 정찰 드론이 먼저 우크라이나 전선의 틈새를 탐지하고 병사 3∼5명씩 무리를 지어 도시 곳곳에 침투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 최근 안개 낀 날씨가 잦아지면서 침투는 더 쉬워졌다.

    이는 포크로우스크 내부에서 우크라이나군 사이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부상병은 인근에 러시아 부대가 있다는 의심이 들면 러시아인이 잘 발음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단어를 말해보라고 시켜서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구별한다고 말했다.

    침투조가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갉아먹는 가운데 러시아는 드론과 활공 폭탄으로 바깥쪽 전선에서 병력 지원을 막는다.

    전쟁 전 인구 6만명이 살던 포크로우스크는 이미 파괴돼 산업 도시, 병참 중심지로서의 도시 기능보다는 러시아가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 등 '요새 벨트' 주요 도시들로 진격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50㎞ 길이의 '요새 벨트'는 러시아의 돈바스 전체 장악뿐 아니라 서진을 막는 역할을 한다.

    포크로우스크를 수중에 넣는다고 해도 러시아의 돈바스 전체 장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협상에서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스테헬미 분석가는 "대부분 전투가 느리고 질질 끄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며 "바흐무트에서 그랬듯이 돈바스 전체 장악을 가속할 만한 새로운 진입로를 열어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끝도 없이 병력을 투입하면서 심각한 손실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카스테헬미는 "러시아는 소모전에 전념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서서히 군사적으로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도 "푸틴은 미국의 평화 중재 노력을 물리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며 "바로 흰개미는 천천히 움직이지만,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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