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
'코브라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정책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의미하는데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가 발간한 책의 이름이다. 이 책의 부제는 '경제정책의 오류를 피하는 법'이다.
내용은 이렇다. 인도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부는 당시 번성하던 코브라를 없애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발표 후 서서히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나중에는 인도인들이 코브라를 직접 사육해서 포상금을 수령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에 총독부는 포상금제도를 폐지했고 포상금을 못 받게 된 인도인들이 사육하던 코브라를 길거리에 버려온 거리에 코브라가 넘쳐났다는 사건을 예로 든다.
이렇듯 인센티브는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대상의 대응을 오판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케냐의 마사이족은 전사의 용맹성을 보여주기 위해 사자를 사냥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에 사라져가는 사자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심바(shimba) 프로젝트'다. 사자를 사냥하는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전사의 용맹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 번째는 마사이족이 키우는 가축을 사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케냐 정부는 첫 번째 행위는 금지하면서 두 번째 행위에 대해서는 사자가 가축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피해를 검증한 후 피해액만큼 마사이 족장에게 보상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사자를 보러오는 관광객에게 추가 세금을 징수하고 이를 가축피해보상기금으로 조성해 피해보상금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보상구조의 변경으로 사자 사냥은 금지하고 가축보호활동을 병행하면서 심바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어린이집 지각벌금 사례'는 인센티브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젊은 부부는 퇴근할 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늦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안한 것이 '지각벌금'인데 이스라엘과 영국은 소액을 부과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벌금만 내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됐고 갈수록 지각자가 증가해 애당초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낳았다.
이에 반해 뉴질랜드와 프랑스는 고액의 벌금이나 경찰서에 인계하는 조치까지 취했는데 이로 인해 학부모의 지각이 상당히 줄었다는 사례다. 인센티브는 신호의 강도와 부과액의 과다도 세심히 배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인 바 관계인의 심리와 행동변화를 망각한 인센티브는 도덕적 문제를 시장의 가격문제로 대체해버림으로써 극단적으로는 도덕적 의무감마저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
갈수록 급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제책과 인센티브 정책에 대한 고심이 깊어가는 시점이다. 재원은 한정됐는데 막연히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일까. 어디에 당근을 써야 하고 어디에 채찍을 써야 할까. 당근의 강도와 크기, 심지어는 사회적·심리적 요인을 감안한 효과까지 감안한 '최선의 인센티브'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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