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노마드’展 광주 ACC서 개막
직물장식-도자 등 중앙亞 문화 소개
중앙아시아 여성들이 축복과 풍요 등 의미를 담아 짠 카펫.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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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키르기스스탄의 어머니들은 결혼하는 딸을 위해 ‘쉬르닥(shyrdak·전통 펠트 카펫)’을 만들었다. 큰 원형 카펫 주위에 생명의 기원을 뜻하는 나무나 강인한 독수리 등을 알록달록하게 수놓아 두 집안이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길 바랐다. 따뜻한 양모로 만들어 척박한 초원에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과 이동 상인의 삶을 조명한 상설전 ‘길 위의 노마드’가 지난달 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 도시를 오가며 삶을 꾸렸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전시품 약 300건을 선보였다. 주로 직물과 도자, 악기 등으로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에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급 장인들이 19세기부터 만든 작품들이다.
그중 ‘수자니(suzani)’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자수 직물 장식. 심효윤 학예연구사는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자수를 배우며 가문의 기술을 이어받았다”며 “단순 바느질을 넘어 세대 간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문화였다”고 설명했다. 실크와 면을 섞은 직물인 ‘아드라스(adras)’를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의복 등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됐다.
푸른 하늘빛으로 칠해진 도자들도 이번 전시의 주요 전시품들. 중앙아시아에서 도자기는 부와 권위를 상징했고, 이슬람 건축의 핵심 요소로도 발전했다. 심 연구사는 “각종 시기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면서 도자기에 칼, 고추, 아몬드 등 문양을 새겼다”며 “석류나 물결, 태양 등 문양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고 말했다.
과거 유목민과 이동 상인들이 연주했던 악기들을 통해 그들의 전통음악 문화도 짚어본다. 초원에서 축제가 열리면 노래와 연주, 즉흥시가 울려 퍼졌고, 도시에선 이슬람 신앙과 페르시아 전통이 어우러진 궁정 음악이 발전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선 키오스크를 통해 전통 음악 20여 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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